공공기관 정년 연장과 함께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정당한가 판결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에서 법정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을 삭감하자, 퇴직한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절차상 하자와 연령 차별 등을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법적으로 정당하며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주식회사에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들로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삭감된 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시장형 공기업인 A 주식회사로서, 법정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시행했습니다.

분쟁 상황

피고 A 주식회사는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되자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2015년 6월부터 8월까지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노동조합 총회에서 찬성률 61%로 가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5년 8월 28일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임금 및 직무를 조정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하고,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일반직원은 임금조정기간 2년 동안 1년차에는 기준임금 대비 65%, 2년차에는 60%를, 청원경찰은 임금조정기간 1년 동안 기준임금 대비 65%의 지급률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피고는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임금피크제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임금피크제 대상자 관리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했습니다. 퇴직한 원고들은 이러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있고, 개별 근로계약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이 변경되었으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자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2020년 4월 7일 이전 미지급 임금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
2. 개별 근로계약에서 임금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임금피크제)이 적용되는지 여부
3.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원칙 및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적법하고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임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첫째,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의 하자 주장에 대해 법원은 취업규칙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으면 충분하며, 별도로 시행 상세조건을 미리 확정하거나 임금피크제에 동의하지 않는 개별 근로자 또는 비노조원으로부터 개별 동의를 받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원고들이 개별 근로계약에서 임금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회사의 보수규정 및 취업규칙에 따라 임금을 받아왔다고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개별 계약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경우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적용되며, 매년 임금이 인상되어왔다는 사실만으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연령 차별 및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며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와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 의무화에 따른 것이며, 노동조합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쳤습니다. 이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됩니다.
•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는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는 연령 차별로 보지 않는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년 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한 중요한 보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임금피크제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정년 연장으로 인해 기존 정년인 만 58세 이후에도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수령할 기회를 얻었으므로 경제적으로 오히려 이익을 얻었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는 임금 삭감의 보상 조치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 역할급 지급, 신규 직무 부여 및 교육 지원,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여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 임금 삭감으로 절감된 재원이 신규 채용 확대 등 본래 목적 달성에 사용된 점도 고려했습니다.
•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은 근로 제공의 시기와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하며, 정년 60세 의무화라는 근로환경 변화 속에서 시행된 임금피크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므로, 시행 전후의 근로를 단순히 동일 가치 노동으로 보아 기존 임금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다른 연령대의 직원들과의 비교에서도 정년 연장이라는 이익과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차별로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은 취업규칙의 변경 효력, 개별 근로계약과의 관계, 그리고 연령 차별 금지 원칙의 예외 사항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취업규칙의 변경과 효력 (근로기준법 제94조 및 제97조):

   •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가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개별 근로자 동의는 필수 요건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가 되며, 무효가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는 원고들의 개별 근로계약에 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으므로, 취업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임금조건이 변경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2. 연령 차별 금지 및 예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및 제4조의5 제4호):

   •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임금 등에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연령에 따라 임금을 감액하므로 연령 차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는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연령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정년 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가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안정을 위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이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정년 연장이라는 이익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한 중요한 보상이 되며,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이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본래의 목적에 사용되었다면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사업주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동일 가치 노동'은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이 원칙이 근로 제공의 시기와 환경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근로의 내용이나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즉, 정년 60세 의무화라는 근로환경 변화 속에서 시행된 임금피크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므로, 시행 전후의 근로를 단순히 동일 가치 노동으로 보아 기존 임금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에게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등 처우에 해당하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 취업규칙 변경 시 노동조합의 역할: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만으로도 취업규칙 변경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 개별 근로자의 동의는 법적으로 필수는 아닙니다. 이는 특히 임금피크제와 같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개별 근로계약의 중요성: 만약 개별 근로계약서에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면,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기존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 등 주요 근로조건을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임금피크제 도입의 합리성 판단 기준: 임금피크제가 연령 차별에 해당하더라도, 고령자고용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면 유효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음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도입 목적의 타당성: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 완화,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 노사 합의의 충분성: 노동조합 등 근로자 대표와의 충분한 협의와 합의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
  •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으로 인해 전체적인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 여부.
  • 대상 조치의 적정성: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으로 직무 조정, 역할급 지급, 교육 지원 등 합리적인 보완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
  • 재원 사용의 목적 부합성: 임금 삭감으로 절감된 재원이 본래의 도입 목적(예: 신규 채용)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여부.
•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의 적용: 이 원칙은 근로 제공의 시기, 근로환경 변화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근로 내용이 같다고 해서 과거와 동일한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사회적 또는 법적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근로조건 변경은 허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