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남편과 자녀들이 산모의 출산 중 사망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의사가 산후출혈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았고 응급처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망인의 사망 원인이 예견이나 예방이 어려운 양수색전증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만 34세 경산부인 망인 E는 피고가 운영하는 G병원에서 2022년 10월 11일 질식 분만으로 원고 C을 출산했습니다. 출산 직후 망인은 회음부 봉합이 필요했고 자궁 내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피고 의사는 자궁수축제 투여, 산소 공급, 수액 주입 등 조치를 취했으나 망인의 혈압 저하, 맥박 상승, 산소포화도 감소 등 활력징후가 악화되었고 의식도 기면 및 혼미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망인을 경북대병원으로 전원하기로 결정했으나 이송 도중 망인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여 경북대병원 도착 후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망인의 사인을 양수색전증으로 판단했습니다.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피고 의사가 산후출혈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고 응급처치도 미흡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분만 후 발생한 산모의 출혈에 대해 의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그리고 상급 병원 전원 과정 및 응급처치가 미흡하여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가 산후출혈 상황에서 지혈을 위한 약물적, 기계적 조치를 취했고 당시 혈색소 수치나 출혈량을 고려할 때 수혈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산모의 사망 원인이 부검 결과 예견이나 예방이 어려운 양수색전증으로 밝혀졌고, 양수색전증 발생 시 높은 사망률과 현재까지 알려진 제한적인 치료법 등을 종합할 때 피고 의사의 응급조치 미흡이 사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와 과실 입증 책임에 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혹은 그것이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특정 증상 발생에 대해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을 증명하여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만으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막연히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조치만이 정당하고 다른 조치는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등 참조).
의료사고 관련 소송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의료기록, 전문가 감정 결과, 부검 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분만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 과정에서는 의료진의 조치와 환자 상태 변화를 면밀히 기록하고 이러한 기록을 소송 과정에서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양수색전증과 같이 의학적으로 예견이나 예방이 어렵고 치료법이 제한적이며 사망률이 높은 질환의 경우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