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직원 인건비 및 근무 현황 정보 공개 요구 사건

A 노동조합은 소속 공공기관인 B공단에 직원들의 직급별 근무 인원, 평균 인건비, 각종 수당 및 경비 내역 등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B공단은 개인 사생활 침해 및 경영상 비밀 등을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으나, 법원은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의 해석을 통해 일부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를 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운 직급별 근무 인원과 평균 인건비는 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했으나, 비전산 자료이거나 상당한 가공이 필요한 직책수행경비, 판례수집비 및 특정 자금 배정 비율 정보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법원은 또한 정보공개법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대해 특별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노동조합: B공단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
• 피고 B공단: 법률구조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법률구조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분쟁 상황

A 노동조합은 2019년 4월 30일, 소속 변호사 및 일반직 직원들의 직급별 근무 인원, 연봉, 각종 수당, 직책수행경비, 판례수집비, 인건비와 경상경비의 국고와 자체자금 비율 등의 정보 공개를 B공단에 청구했습니다. B공단은 2019년 5월 15일, 해당 정보들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 또는 법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고, 임면·급여 등 인사관리 운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제7호 및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해 이의 신청 및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일부 공개된 정보의 소재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나머지 정보는 취합 및 가공에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거나 부존재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유지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도 이 사건 청구를 각하하는 재결을 내리자, 결국 원고는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청구된 정보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로 볼 수 있는지, 특히 비전산 자료나 가공이 필요한 정보의 공개 가능성.
2. 정보공개 청구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이미 다른 경로로 공개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의 '소의 이익'이 없는지 여부.
3. 청구된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 법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4.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금지 규정이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 공개를 막을 수 있는지, 즉 두 법률 간의 관계와 적용 우선순위.
5. 원고의 정보공개 청구가 단순한 괴롭힘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의 청구 중 직책수행경비, 판례수집비 지급내역과 인건비 및 경상경비 중 국고와 자체자금 비율에 관한 정보 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 부분은 각하되었습니다. 이는 피고 공단이 해당 정보를 원고가 요구하는 형태로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거나, 새로운 정보를 생산 또는 가공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 피고 공단이 2019년 5월 15일 원고에게 내린 정보공개 거부 처분 중 직책수행경비와 판례수집비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직급별 근무 인원 및 평균 인건비)에 관한 부분은 취소되었습니다. 즉, 이 정보들은 원고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소송 비용은 원고가 1/3, 피고가 2/3를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공개 범위와 관련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법원은 공공기관의 투명성 확보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운 직급별 평균 인건비 및 근무 인원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보았지만, 기관이 존재하지 않거나 상당한 가공이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 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정보공개법이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특별한 규정으로 개인정보 보호법에 우선하여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여, 두 법률 간의 적용 관계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되거나 인용된 주요 법률과 그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정보공개법)​

   • 정보 보유·관리의 개념: 공공기관이 특정 형태의 정보를 직접적으로 보유하지 않더라도, 전자적 형태로 기초 자료를 가지고 있고 통상적인 컴퓨터 시스템과 기술을 사용하여 그 자료를 검색·편집하여 청구인이 구하는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면, 해당 공공기관은 그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검색·편집 작업은 새로운 정보의 생산이나 가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두4309 판결 등 참조).
   • 소의 이익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의 적법성)​: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입니다. 따라서 공개 청구 대상 정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어 널리 알려졌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보공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고 보거나 비공개 결정이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두14463 판결 등 참조).
   • 제9조 제1항 제6호 (비공개 대상 정보 - 개인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 침해 우려)​: 이 조항은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 (다)목은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 이익과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의 공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직급별 평균 인건비와 같은 정보는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고, 공공기관의 경영활동에 대한 점검 및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4558 판결 등 참조).
   • 제9조 제1항 제7호 (비공개 대상 정보 -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 침해 우려)​: 이 조항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경영상·영업상 비밀'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유리한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뜻하며, 그 공개 여부는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공단의 직급별 인원 및 평균 인건비가 피고의 운영에 불리한 영향을 주거나 특별히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두31408, 31415 판결 등 참조).

2. 개인정보 보호법

   • 제2조 제1호 (개인정보의 정의)​: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개인정보로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직급별 근무 인원이나 직급별 평균 인건비는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거나, 대부분의 직급에서 해당 인원이 많아 개인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제6조 (다른 법률과의 관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우선하여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가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다른 법률의 특별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법에 의해 공개가 허용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제공이 허용됩니다.
   • 제18조 제1항 및 제2항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및 예외)​: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습니다 (제1항). 그러나 제2항 제2호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정보공개법이 이러한 특별 규정에 해당하고, 이 사건 제1정보의 성격상 정보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도 없으므로 공개가 허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3. 행정소송법 (처분사유의 추가 또는 변경 원칙)​

   •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은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로 결정됩니다. 이는 행정처분 상대방의 방어권 보장 및 신뢰 보호를 위한 것입니다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두1262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 더해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을 처분사유로 추가한 것이 허용된다고 보았습니다.

4. 민법 (권리남용 금지 원칙)​

   • 정보공개 청구의 목적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 오로지 공공기관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구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보공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두2783 판결 등 참조).

참고 사항

유사한 정보공개 요구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정보의 '보유·관리' 여부 확인: 공공기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하기 전, 청구하고자 하는 정보가 공공기관이 현재 '보유·관리'하고 있는 형태의 자료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비전산화된 자료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새로 만들거나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들여 가공해야 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2. 전자적 형태 정보의 범위: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 자체는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정보의 기초 자료를 전자적 형태로 보유하고 있고 기관의 통상적인 시스템과 기술로 쉽게 검색 및 편집이 가능하다면, 그 기관은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3. 이미 공개된 정보에 대한 청구: 정보가 이미 인터넷 등에 공개되어 있더라도, 청구인이 원하는 형태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거나 특정 목적을 위해 해당 기관을 통해 공식적인 공개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정보공개를 청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개인정보와 공익의 균형: 개인의 월수입과 같이 민감한 정보라도,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운 '직급별 평균 인건비'처럼 비식별화된 형태로 요청될 경우, 공공기관의 투명성 확보 및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공개될 수 있습니다.
5. 정보공개 청구 목적: 정보공개법은 청구 목적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으므로, 단순히 기관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청구가 권리남용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청구의 정당한 목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공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6.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의 관계: 공공기관이 개인정보 보호법을 근거로 공개를 거부하더라도, 정보공개법상 공개가 허용되는 정보라면 정보공개법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우선하여 적용되어 정보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보공개법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특별 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