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대여조합 사무처리자 미지급 임금 합의 사건

이 사건은 자동차대여사업자 조합인 A조합이, 자신들의 사무를 처리했던 B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입니다. B는 A조합이 2013년 총회에서 조합 가입업체가 15개 이상이 되면 월급 4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금액을 받아 미지급 임금 1억 4,360만 원이 발생했다며 A조합에 대한 임금 청구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2013년 총회 결의 역시 구체적인 근로계약의 청약으로 볼 수 없으며, 무엇보다 2020년 4월 27일 B가 A조합으로부터 위로금 1억 원을 받으면서 작성한 합의서에 따라 과거 미지급 임금에 대한 채권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여 A조합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조합: 전라남도 자동차대여사업자들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근거하여 설립한 법인격 있는 조합입니다.
• B: 유한회사 F의 이사로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2003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A조합의 ‘사무장’ 또는 ‘전무’ 직함을 사용하며 조합 운영 관련 사무를 처리한 사람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 B는 2003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원고 A조합의 사무장 직함으로 조합 사무를 처리해왔습니다. 2013년 2월 19일 A조합 총회에서 조합 가입업체가 15개사 이상이 되면 사무장 관리비를 월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했으나, 2016년 3월 조합 가입업체가 15개가 된 후에도 B는 월 130만 원, 150만 원, 180만 원만을 지급받았습니다. 2020년 3월 B는 A조합에 월 500만 원 급여 지급, 4대보험 가입, 퇴직금 보장, 사무직원 고용 등을 요구하거나, 17년간의 급여 5억 1천만 원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A조합은 2020년 4월 10일 총회에서 B의 요청을 거부하고 위로금 1억 원과 2020년 말까지 월 180만 원의 사무처리비 지급 및 업무 인수인계를 의결했습니다. 이후 2020년 4월 27일 A조합과 B는 위로금 1억 원을 지불함으로써 합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B는 1억 원을 수령했습니다. 그러나 B는 2020년 6월 8일 A조합의 2013년 총회 의사록을 근거로 2016년 3월부터 2020년 4월까지의 미지급 월 급여 1억 4,360만 원의 지급을 다시 요청했고, A조합은 이에 대해 채무가 없음을 확인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B는 미지급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1. B가 A조합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2. A조합이 2013년에 개최한 총회에서 ‘조합 가입업체가 15개사 이상일 때부터 사무장 관리비를 월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지급키로 결의한다’는 내용이, A조합과 B 사이에 조건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3. B가 A조합으로부터 위로금 1억 원을 받고 작성한 2020년 4월 27일자 합의서가 과거 미지급 임금 채권을 포기하는 효력을 가지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반소원고) B의 본소(채무부존재확인) 및 반소(임금청구)에 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즉, 제1심 판결과 동일하게 A조합의 청구(B에게 미지급 임금 채무가 없다는 확인)는 인용되고, B의 청구(미지급 임금 지급)는 기각되었습니다. 항소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B가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조합의 2013년 총회 결의는 계약의 청약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확정적이지 않아 조건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B가 A조합으로부터 위로금 1억 원을 지급받으면서 작성한 합의서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B가 A조합 사무를 처리한 전체 기간과 관련하여 미지급 임금 채권을 포기하는 의미라고 해석하여, A조합에 미지급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됩니다.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여기에는 업무 내용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취업규칙 적용 여부, 근무 시간과 장소 지정 구속 여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조건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 원천징수, 4대보험 가입 여부 등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그러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가 있습니다.
• 계약의 성립 요건 (민법상 청약과 승낙):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법률요건인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의사표시여야 합니다. 청약은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해야 하며(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 이 사건에서 A조합 총회 결의 내용 중 지급 금액이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범위만 정해져 있었던 점은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합의의 효력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 및 채권 포기): 당사자 간의 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며, 합의서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권리 또는 의무가 소멸하거나 포기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020년 4월 27일자 합의서 제4항의 '원고가 피고에게 위로금 1억 원을 지불함으로써 원고와 피고는 합의한다'는 문언이 2003년 3월경부터 2020년 3월경까지 B가 A조합의 사무를 처리한 전체 기간과 관련하여 A조합에 대한 미지급 임금 채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습니다.
•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3조: 원고 A조합이 이 법 조항에 근거하여 설립된 법인격 있는 조합이라는 원고의 지위를 설명하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근로자성 판단의 복합성: 단순히 '사무장', '전무' 같은 직함을 사용하거나 정기적인 보수를 받았다고 해서 근로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 내용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지, 근무 시간과 장소가 구속되는지, 독립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지, 보수가 근로의 대가적 성격인지 등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4대보험 가입 여부 등을 임의로 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요소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본 사례의 경우 B는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A조합의 사무를 겸했고, A조합으로부터 특별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으며, 근무 시간과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근로자성 부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계약 성립의 명확성: 총회 결의나 구두 약속이 계약으로서 효력을 가지려면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수 금액이 '400만 원에서 500만 원'처럼 범위로만 정해진 경우, 이는 구체적인 계약의 청약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항에 대한 합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문구로 문서화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합니다.
• 합의서 작성 시 신중함: 분쟁 해결을 위해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합의의 범위와 효력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특정 위로금을 받으며 '합의한다'는 문구가 과거의 모든 채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향후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인지, 혹은 특정 채권에 대해서만 합의하는 것인지 등을 상세히 명시해야 합니다. 합의서의 문구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