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교통사고/도주
운전자 A가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경미하게 접촉한 후 복통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신원 확인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피해자는 추격했지만 놓쳤고 이후 병원에서 2주 안정가료 진단을 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A에게 도주치상 및 사고후미조치 혐의를 인정하여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도주치상 혐의만 인정하여 벌금 300만 원으로 감경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5월 16일 저녁 7시 10분경 광주 광산구 도로에서 자신의 SM7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이던 피해자 F의 G 카렌스 승용차 후미를 앞 범퍼로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직후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파손 부위를 확인하고 각자의 차량을 도로변 우측으로 이동하여 정차한 뒤 보험회사에 연락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A는 보험회사에 사고 장소만 알려준 후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고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 차량을 추격하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피고인 차량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피해자는 사고 현장에 돌아왔고 피해자 및 피고인의 보험회사 직원들과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피고인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피고인 측 보험회사 직원도 피고인과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사고 발생 약 1시간 후 주거지로 돌아갔고 경찰관이 주거지를 방문했을 때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음에도 몸이 앞으로 쏠릴 정도의 충격을 느꼈고 목, 요추, 경추, 중추가 아프다고 진술했으며 사고 다음 날 병원에서 2주 안정가료 진단을 받고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이 사고 발생 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도주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 도주치상)와 피고인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후미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원심의 벌금 500만 원 형량이 부당하게 무거운지 여부 (양형부당)도 다투어졌습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3,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며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었고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경미한 교통사고 후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여 '도주치상'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었으나 사고 후 이미 안전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 '사고후미조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어 원심의 벌금 5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감경되었습니다. 이는 운전자가 사고 직후 피해자의 상해 여부를 인지했는지 여부와 사고 현장에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됨을 보여줍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치상): 이 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를 다치게 한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를 돕거나 신원 등을 제공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경우에 가중 처벌하도록 합니다. 법원은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정도, 사고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호 조치가 필요했는지 판단합니다. 단순히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외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구호 조치가 필요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 상태를 묻지 않고 신원 확인 자료도 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고 이후 보험사 직원이나 경찰관의 연락 및 방문을 피했으므로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사고 다음 날 병원에서 요추, 경추, 중추 염좌 및 긴장으로 2주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148조(사고후미조치): 이 조항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물건을 파손했을 때 사고로 인한 장애물을 없애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여 교통상의 위험과 불편을 막고 안전한 교통 흐름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필요한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고 직후 차량을 도로변 우측으로 옮겨 정차했고 각자 보험사에 연락했으며 도로에 파편물이 흩어지지 않는 등 이미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제거된 상태였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추가적인 사고 후 조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 경중과 관계없이 반드시 피해자의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구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외관상 큰 상처가 없어 보여도 통증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의료 기관의 진료를 권하거나 적절한 구호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원 확인을 위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명함이나 연락처 등을 교환하여 추후 연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보험 접수만으로는 사고 현장을 이탈해도 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이라도 필요한 조치를 완료하고 상대방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고 현장을 떠나야 할 급박한 사정이 생기더라도 상대방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며 보험사 접수 여부와 관계없이 이후 연락 방법을 알려주는 등 도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도로에 파편물 등이 흩어져 2차 사고 위험이 있다면 반드시 제거하여 안전한 교통 환경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기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