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재물손괴
이혼 후 재산분할 조정으로 전 배우자 소유가 된 트랙터를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중 전 배우자가 제3자를 통해 무단으로 가져가자, 피고인이 해당 제3자에게 다시 트랙터를 가져오게 한 행위가 절도죄로 기소되었으나,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민법상 자력구제에 해당하는 정당행위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와 피해자 D은 이혼 후 재산분할 조정으로 2019년 4월 17일 이혼 신고를 완료했으며, 조정 당시 트랙터는 피해자 D의 소유로 확정되었습니다. 트랙터는 피고인 A가 점유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피해자 D은 2019년 4월 19일경 E에게 트랙터를 매도하기로 하고 4월 22일 대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E은 2019년 4월 20일 오전 8시경 피고인의 축사창고에 들어가 피고인이 점유하고 있던 트랙터를 운전하여 E의 지인 C의 창고로 옮겨 놓았습니다. 피고인 A는 같은 날 오후 2시경 이 사실을 알게 되자 E을 찾아가 트랙터가 자신의 소유인데 말도 없이 가져갔다며 항의했고, 이에 E은 같은 날 오후 3시경 트랙터를 다시 피고인의 축사창고로 가져다 놓았습니다. 피해자 D의 트랙터 이전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 및 건조물침입죄로 기소되어 벌금 7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확정되었으며, E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검사는 피고인 A가 E을 이용하여 트랙터를 절취했다고 보아 절도죄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A가 트랙터를 다시 가져오게 한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민법상 자력구제)에 해당하는지, 피해자 D이 트랙터를 가져간 행위가 피고인의 점유를 침탈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피고인의 탈환 행위가 '현장에서 또는 추적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탈환 과정에서 E에 대한 부당한 강요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민법 제209조에 의한 자력구제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트랙터 탈환 행위는 전 배우자에 의한 점유 침탈 후 약 6-7시간 내에 이루어졌으며, 침탈 행위를 실행한 E으로부터 직접 물건을 되찾은 점, 장소도 비교적 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장 또는 추적 탈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E이 피고인의 협박이나 강요로 트랙터를 반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새로운 점유권자가 생겼다고 볼 수 없어 자력탈환권의 행사가 법적 안정성을 해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당행위로 인정되어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민법 제209조 (자력방위, 자력탈환): 이 조항은 점유자가 자신의 점유를 침해당했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방어하거나 되찾을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합니다.
제1항은 점유자는 그 점유를 부정하게 침탈 또는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자력으로 이를 방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제2항 후단은 점유물이 동산일 때 점유자는 현장에서 또는 추적하여 가해자로부터 이를 탈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D이 E을 통해 트랙터를 가져간 지 6-7시간 이내에 E으로부터 직접 트랙터를 되찾은 행위가 '현장 또는 추적하여 탈환한 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침탈 행위와 회복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극이 제3자의 새로운 점유권이 생길 정도로 길지 않고 거리도 멀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자력탈환권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거나 남용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됩니다.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209조에 따른 자력구제 행위는 특별한 경우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즉, 법적으로 허용되는 정당한 행위이므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자력탈환 행위가 민법상 자력구제에 해당하므로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하여 절도죄의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권리행사방해죄: 자신의 소유물이라 할지라도 타인이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강제로 빼앗거나 손괴하는 등의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 D은 자신이 소유자로 확정된 트랙터였음에도 피고인의 점유를 침탈하는 방식으로 가져간 것이 권리행사방해죄로 인정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소유권과 점유권의 분리 그리고 적법한 절차를 통한 권리 회복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물건의 소유권이 본인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이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는 물건을 임의로 가져오는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점유자가 자신의 점유를 침탈당했을 때 민법상 자력구제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지만, 이때 자력구제는 '현장에서' 또는 '추적하여' 즉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 행위가 법적 안정성을 해치거나 남용에 이르러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처럼 점유 침탈 후 6-7시간 이내에 침탈 행위자로부터 직접 물건을 되찾는 행위는 '현장 또는 추적 탈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되찾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 강요 등 부당한 방법을 사용했다면 자력구제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혼 등으로 재산분할이 완료된 경우라도 물건의 소유권과 점유권은 별개이므로 점유하고 있는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점유를 이전받는 것이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