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피고 회사에 근무했던 17명의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지 못한 2개월치 임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협력업체인 소외 회사가 원고들에게 해당 임금을 이미 지급했고, 법원은 이를 피고의 임금 채무를 소외 회사가 병존적으로 인수한 후 변제한 것으로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공장과 설비를 빌려 타이어 금형을 만들었고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피고는 2017년 8월분과 9월분 임금을 원고들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이와 별개로 소외 회사는 2017년 9월 22일 8월분 임금 상당액을 2017년 10월 23일 9월분 임금 상당액을 원고들에게 각각 지급했습니다. 원고들은 소외 회사로부터 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다시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협력업체가 전 직원들에게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지급한 행위가 원래 고용주의 임금 지급 채무를 소멸시키는 '변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상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이 적용되어 원래 고용주에게 다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이 피고인 주식회사 R에게 제기한 임금 지급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소외 회사가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을 피고의 임금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후 변제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은 근로자가 임금을 확실히 받도록 보호하는 취지이지만 이미 근로자에게 임금이 지급된 경우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어 원래 고용주에게 다시 임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미 임금을 지급받았으므로 피고의 임금 채무는 소멸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453조 제1항 (채무인수): 이 조항은 제3자가 채권자와의 계약으로 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갚기로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때 채무자(원래 빚을 진 사람)의 동의는 필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소외 회사가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임금 지급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후 변제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란 원래 채무자(피고)의 채무가 소멸하지 않고 인수인(소외 회사)도 함께 채무를 지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즉 소외 회사가 임금 채무를 같이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임금 직접 지급 원칙): 이 조항은 임금은 반드시 현금으로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임금이 근로자의 수중에 확실히 들어가 그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소외 회사가 임금을 '대신 지급'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채무를 인수하여 '변제'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임금이 이미 근로자에게 도달한 상황에서는 이 원칙이 적용되어 원래 고용주에게 다시 임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법원은 해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원칙은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이미 임금을 지급받은 경우까지 원래 사용자의 채무를 되살리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 제3자(협력업체 등)가 임금 상당액을 대신 지급하는 경우 그 돈의 성격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3자가 준 돈이 단순히 '대여금'이라면 차용증 등 대여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작성해야 나중에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채무 인수 후 변제'로 인정되면 원래 회사의 임금 채무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은 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임금이 이미 근로자에게 실제로 지급된 경우에는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