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수분양자들이 아파트 건설 지연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과 위약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약정 해제권의 발생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고 이행불능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미납을 이유로 한 신탁회사의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고 보아, 수분양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계약금은 위약금으로 신탁회사에 귀속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시행사 L 주식회사는 광주 서구에 공동주택 신축 사업을 진행하며 피고 K 주식회사와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공동주택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는데, 계약에는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지연될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L는 2022년 4월에 착공신고를 한 후 6월에 다시 신고하여 준공예정일이 2024년 11월 20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원래 입주예정일은 2024년 2월경). 원고들은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이 도과한 2024년 5월경까지 입주가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여, 입주예정일 전에 소송을 제기하며 2022년 12월 5일 소장 부본 송달로 약정해제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또한 계약에 따른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3년 7월 6일 원고들의 중도금 미납 및 이행 거절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한다는 준비서면을 제출했습니다.
이 사건 분양계약의 약정 해제권 행사 시기가 도래했는지, 공사 지연이 계약의 이행불능에 해당하는지,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미납을 이유로 한 신탁회사의 계약 해제가 유효한지, 그리고 수분양자들이 중도금 납부 거절에 대한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한 약정 해제권은 입주예정일로부터 실제로 3개월을 초과하여 입주지연이 발생해야 하므로, 그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이루어진 원고들의 해제권 행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사 지연만으로는 피고의 의무가 사회통념상 이행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원고들이 중도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이행을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했으므로, 피고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 것은 적법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원고들의 불안의 항변권 주장 역시, 공사 지연이 상대방의 의무 이행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볼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원고들이 지급한 계약금은 위약금으로서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153조 제1항에 따르면 이행기의 정함은 채무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민법 제388조는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 감소 또는 멸실하게 하거나 담보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비로소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다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이행기 내에 채무 이행이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에 채무자가 이행을 지체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계약 해제·해지 사유를 약정한 경우 그 효력은 약정한 내용에 따라 결정되며 (대법원 2013다5206 등 판결), 특히 처분문서의 해석은 문언 내용, 약정 동기,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본 판례에서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지연된 경우'는 실제 3개월 초과 지연이 발생해야 약정해제권이 발생한다고 엄격하게 해석되었습니다. 채무의 이행불능은 단순히 물리적 불능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경험칙이나 거래 관념상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며 (대법원 94다42020 판결), 이행불능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은 이행불능이 생긴 때 발생합니다. 민법 제536조 제2항의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불안의 항변권은 계약 성립 후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 상태 악화 등 이행을 받을 수 없는 사정 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해 선이행의무 이행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대법원 2023다269139 판결). 본 판례는 공사 지연으로 인한 준공예정일 연장만으로는 상대방의 이행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분양계약 해제를 고려할 때, 계약서에 명시된 해제 조건과 발생 시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히 입주 지연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는 약정 해제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으며, 계약서 문언에 따라 실제 지연이 발생해야만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중도금 등 선이행 의무가 있는 경우, 상대방의 이행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이행 거절은 어렵습니다. '불안의 항변권'은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 등으로 이행 곤란이 명백하고 현저할 때만 인정되므로,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정도만으로는 정당한 이행 거절 사유가 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상 의무(예: 중도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 해제를 주장하다가, 오히려 상대방이 그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 이미 지급한 계약금은 위약금으로 처리되어 반환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분쟁 발생 시 계약서의 각 조항, 특히 해제 조건, 이행 지체 및 불능 조항, 위약금 조항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법적 효력 발생 시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