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철소 하청업체 직원들의 직접 고용 인정 판결

주식회사 A의 L제철소 및 N제철소에서 O, R, X, Y 등 4개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실제 근로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주식회사 A의 직접 근로자로 인정되거나 직접 고용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 법원이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승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주식회사 A가 항소했습니다. 항소 법원 역시 주식회사 A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했고 이들이 주식회사 A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으며 협력업체의 독자적 권한이 취약하고 업무의 전문성이나 독립적 기업 조직이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근로자들의 주장을 인용한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근로자들): 주식회사 A의 L제철소 및 N제철소에서 O, R, X, Y 등 4개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해온 근로자들로, 피고의 직접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직접 고용 의사 표시를 요구했습니다.
• 피고(주식회사 A): K에 본점 및 L제철소를, M에 N제철소를 둔 대규모 철강 제조업 회사로, 원고들의 원고용주인 4개 협력업체에 업무를 도급하였습니다.

분쟁 상황

피고 주식회사 A는 철강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규모 회사로, L제철소와 N제철소에서 원료 투입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일관제철법에 따른 공정을 운영했습니다. 피고는 이 공정 중 일부 업무(원료 하역, 운반 및 적치, 미분광 공장 및 조정공장 설비 운전, 래들 관리, 슬래브 정정 작업, 롤 가공 정비 등)를 O, R, X, Y 등 4개 협력업체에 외주화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 제철소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외견상 협력업체 소속이었지만, 실제로는 피고의 직·간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근로자파견 형태로 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파견법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직접 고용 의무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업무 지휘권을 행사했으며, 원고들의 업무가 피고의 업무와 구별되고 협력업체들이 독립적인 기업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며 근로자파견 관계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주식회사 A와 그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의 실제 근로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금지하는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불법 파견으로 인정될 경우, 해당 근로자들이 주식회사 A의 직접 근로자로 간주되거나, 주식회사 A가 이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법원은 피고(주식회사 A)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피고의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직접 고용 의사 표시)를 인용한 것을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주식회사 A의 근로자 지위에 있거나 피고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작업표준서, 기술기준 등을 통해 실질적인 지휘ㆍ명령을 행사했으며, 이들 근로자가 피고의 사업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협력업체는 근로자 수, 교육, 작업 시간 등에 대한 독자적인 결정 권한이 취약했고, 근로자들의 업무는 전문성보다는 반복적인 단순 작업에 가까웠으며, 협력업체들이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판단 요소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주식회사 A와 협력업체 근로자들 사이에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되었으며,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를 사용했으므로, 해당 근로자들은 주식회사 A의 직접 근로자 지위를 가지거나 직접 고용될 의무가 있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파견법 제2조 제1호 (근로자파견의 정의)​: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근로자파견으로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 불법 파견 판단 기준: 법원은 계약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다음의 5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판단합니다.
  1. 사용사업주(피고)의 지휘ㆍ명령 여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업무 수행 자체에 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지. 본 사례에서는 피고가 작업표준서, 기술기준을 통해 작업 방식과 순서를 세세하게 정하고, KPI 평가를 통해 작업 품질 및 과정 준수 여부를 통제하며, 특정 작업의 지연이나 불성실 대응 시 불이익을 부여한 점 등이 인정되었습니다. 특히 O, R, X, Y 각 협력업체의 구체적인 업무(선석배선, 하역, 적치, 미분광 공장 운전, 래들 관리, 정정 작업, 롤 정비 등)에 대해 피고가 MES, 이메일, 유선 등을 통해 생산 계획, 우선 작업, 세부 작업 방법 등을 지시한 것이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으로 판단되었습니다.
  2. 사용사업주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여부: 하청 근로자가 원청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공동 작업하거나, 원청의 사업에 통합되어 유기적으로 연관된 업무를 수행하는지. 본 사례에서는 O의 원료 하역 업무가 피고의 생산 계획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체선료 절감과 같은 피고의 사업 목표에 종속되고, R의 원료 생산이 피고의 후속 공정에 영향을 미치며, X의 래들 관리 및 정정 작업, Y의 롤 정비 작업이 피고의 제강 및 압연 공정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점 등이 인정되었습니다.
  3. 원고용주의 독자적 권한 행사 여부 (인사ㆍ노무 관리)​: 하청업체가 근로자의 선발, 수, 교육, 훈련, 작업ㆍ휴게 시간, 휴가, 근무 태도 점검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본 사례에서는 피고가 작업별 표준 인원을 설정하고 도급 대금을 산정했으며,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인원을 증원하거나 연장 근무를 결정하기 어려웠고, 피고의 승인을 받아야 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피고가 하청업체의 근무 형태 변경을 지시하거나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출퇴근 시간 준수 여부 등을 관리한 점이 하청업체의 독자적 권한이 취약함을 보여주었습니다.
  4. 계약 목적의 구체적 한정성, 업무의 전문성ㆍ기술성 여부: 계약 목적이 구체적으로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업무가 원청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본 사례에서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이 작업 표준서, 기술 기준 등에 의해 보충되거나 피고의 지시로 명확해져 계약 당시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업무가 전문적 기술보다는 사전에 정해진 내용에 따라 반복 수행되는 단순 작업의 성격이 강하며, 업무 개선, 신공법 도입, 문제 발생 시 대책 마련 등을 피고가 주도하는 등 오히려 피고가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5.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 조직이나 설비 보유 여부: 하청업체가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본 사례에서는 피고가 협력업체에 사무실, 설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물적 시설이나 고정 자산을 거의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협력업체의 임원들이 피고 출신이거나 피고의 지시를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에 그쳐 독립적인 기업 조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파견법 제6조 제3항 (직접 고용 간주)​: 개정 파견법 시행 당시 이미 2년을 초과하여 파견 근로자를 계속 사용한 경우, 그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로 간주합니다. 이 조항은 원고 B, C, D, E, F, G, H, I, J에게 적용되었습니다.
•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3호 (직접 고용 의무)​: 2년을 초과하여 파견 근로자를 계속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해당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 조항은 위 간주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원고들에게 적용되었습니다.
•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도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합니다. 원고들은 이 또한 주장했으나, 법원은 앞선 불법 파견 판단만으로도 직접 고용 간주 또는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아 추가적인 판단을 생략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실질적인 지휘·명령 여부: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보다는 실제 작업 현장에서 원청(사용사업주)이 하청(파견사업주) 근로자에게 업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작업 표준서, 기술 기준, 업무 요청 및 지시 내용, 작업 불응 시의 불이익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 사업의 실질적 편입 여부: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하나의 작업 집단을 이루어 공동 작업을 하거나, 원청의 전체 생산 공정 및 사업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유기적으로 맞물려 업무를 수행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가 원청의 계획에 따라 결정되고 원청의 다른 공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 편입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 원청의 인사·노무 관리 개입 여부: 하청업체가 근로자의 선발, 수, 교육, 훈련, 작업·휴게 시간, 휴가, 근무 태도 점검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중요합니다. 원청이 하청업체의 인력 증원·감축, 연장 근무 여부, 근무 형태 변경 등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거나 승인 절차를 강제하는 경우, 이는 하청업체의 독자성이 약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업무의 독립성 및 전문성 여부: 계약의 목적이 특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한정되고, 하청 근로자의 업무가 원청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며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요구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단순히 반복적인 작업이거나 원청이 업무 개선, 신기술 도입 등을 주도하는 경우, 하청의 업무 독립성은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 독립적 기업 조직 및 설비 보유 여부: 하청업체가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물적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중요합니다. 원청으로부터 사무실, 설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거나, 대표이사 등이 원청 출신이거나, 원청의 지시를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 등 책임 소재: 품질 미달이나 기한 미준수 시 원청이 하청업체에 일반적인 도급 관계처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지, 아니면 KPI 평가, 개선 지시 등을 통해 관리·통제하는지 여부도 하청업체의 독립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