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시내버스 운전기사 망인 D는 교통사고 후 정직 징계와 함께 예비기사로 발령받아 불규칙한 업무와 불안정한 급여로 인해 심한 직무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이후 우울증 진단까지 받고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던 중 경미한 접촉사고를 냈고, 다음날 회사 직원의 질책 전화를 받은 직후 자살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 A와 B는 회사가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회사가 망인의 정신적 어려움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각 7,000,000원씩 총 14,000,000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D는 2012년 8월 16일 피고 회사에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했습니다. 2015년 11월 28일 4중 추돌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이에 대해 2015년 12월 29일 피고 회사로부터 정직 1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 후 망인은 운행노선과 횟수가 불규칙하고 급여도 일정치 않은 예비기사로 발령받았고, 교통사고 재발 시 퇴사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도 작성했습니다. 2017년 5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 결근하며 간헐적인 불안, 초조 및 불면증상과 주상병은 우울증, 비기질성 불면증이라는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했습니다. 2017년 12월 26일 저녁, 시내버스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에 주차하던 중 경미한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이후 집에 돌아온 망인은 아들인 원고 B에게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 “이제는 나를 놔주라 B야”라는 등의 말을 남기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사고 다음날인 2017년 12월 27일 오전 7시 44분경, 피고 회사 직원이 망인에게 전화로 전날의 사고와 관련하여 질책을 했고, 망인은 통화 얼마 후 자살을 시도하여 같은 날 오전 10시 24분경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사용자인 회사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자살에 이른 경우 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 그리고 이전에 확정된 관련 민사소송 판결의 증거력 인정 여부입니다.
피고 C 주식회사는 원고 A와 B에게 각각 7,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년 12월 27일부터 2021년 12월 8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가 망인 D가 업무 스트레스로 심각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망인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망인의 나이, 가족관계, 자살에 이른 경위 및 선행소송의 결과 등을 참작하여 망인의 위자료 액수를 14,000,000원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에게 각 7,000,000원씩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에 기반하여 판단되었습니다.
1. 사용자의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근로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사용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망인 D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심각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2.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증거력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며,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48964, 48971 판결 등 참조). 본 사건에서도 망인 D의 사망으로 인한 자녀들의 고유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다루었던 선행소송의 확정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들이 중요한 증거로 고려되었습니다.
3.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에 이른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4. 민법 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
5. 민법 제1000조 (상속의 순위) 직계비속(자녀)은 1순위 상속인으로서, 망인의 위자료 채권은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에게 공동 상속됩니다.
6.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정이율)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지연손해금률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이율에 따르며, 이 사건에서는 판결 선고일 다음날부터 연 12%의 지연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회사가 인지할 경우, 단순히 징계나 업무 변경에 그치지 않고 정신 건강 지원 등 적극적인 안전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근로자의 자살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으며 회사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회사 내에서 반복적인 질책이나 압박이 근로자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직원 관리에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며, 특히 직원이 정신과 진단서 등을 제출하며 어려움을 호소할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교통사고 재발 시 퇴사하겠다는 각서와 같은 내용은 근로자의 고용 불안감을 가중시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문서는 근로자의 정신적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이전에 확정된 관련 민사소송의 판결은 새로운 소송에서 유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관련 판례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