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신용보증기금이 한 회사의 대출 보증을 선 후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하자 대신 변제했습니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은 회사 대표에게 구상금 채권을 행사했으나, 대표는 이미 자신의 아파트와 토지를 다른 채권자에게 여러 계약을 통해 넘긴 상태였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대표의 재산 처분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해당 부동산 처분 계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대표의 부동산 처분 행위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해당 계약을 취소하며, 아파트에 대해서는 가액배상을, 토지에 대해서는 등기 말소를 명령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D 주식회사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A의 대표이사인 B는 이 보증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A가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2019년 7월 16일 보증사고가 발생했고, 신용보증기금은 2019년 12월 30일 D 주식회사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157,010,108원을 대신 변제(대위변제)했습니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은 A와 B에게 이 대위변제금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B는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성립되기 전인 2018년 2월 20일부터 2018년 11월 12일 사이에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와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 설정, 매매 예약, 매매 계약 등을 통해 피고 C에게 넘긴 상태였습니다. B는 당시 국세 체납 등으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고, 피고 C도 B에게 대여금 채무가 있었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B의 이 같은 재산 처분 행위가 자신의 구상금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 B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파트와 토지를 다른 채권자 C에게 넘긴 행위가,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일반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부동산 처분 행위 당시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인지, 그리고 부동산을 넘겨받은 C가 B의 사해행위를 알고 있었는지(악의) 등이 주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B의 이 사건 각 부동산 처분 행위(근저당권 설정, 매매 계약, 매매예약)가 모두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부동산 처분 행위 당시 발생이 고도로 개연성 있는 채권으로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으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B에게 사해의사가 있었고, 피고 C도 B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악의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와 C 사이의 부동산 관련 계약들을 취소하고, 토지에 대해서는 C가 B에게 소유권 관련 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C가 선순위 근저당권 채무를 변제한 점을 고려하여 아파트 가액에서 해당 채무액을 공제한 206,325,420원의 범위 내에서 취소하고, C가 신용보증기금에 206,325,4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회사 대표가 자신의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넘긴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으며, 해당 계약들은 취소되어 채권자에게 금전적 배상 또는 부동산 원상회복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고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 판결은 주로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채권자취소권'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고의로 줄이는 행위(사해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법원에 청구하여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리와 원칙들이 적용되었습니다.
피보전채권의 적격: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사해행위 이전에 발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판결처럼, 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이 생길 수 있는 법률관계(예: 보증 계약)가 있었고, 가까운 미래에 채권이 발생할 가능성(고도의 개연성)이 매우 높았으며, 실제로 채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는 채권으로 인정됩니다.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여기에 해당하여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해지거나 더욱 부족해지는 경우, 그 처분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봅니다. '사해의사'는 채무자가 이러한 행위로 인해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정 채권자만을 해치려는 인식이 아닌, 일반 채권자들을 해치려는 인식이면 충분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B가 국세 체납 등 채무초과 상태에서 부동산을 C에게 처분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수익자의 악의 추정: 사해행위로 인해 재산을 취득한 사람(수익자, 이 사건의 피고 C)은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았다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자신의 선의(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것)를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스스로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피고 C는 B의 재정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어 악의가 인정되었습니다.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 및 원상회복 방법: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 자체를 원래 소유자(채무자)에게 되돌려 놓습니다(원물반환). 그러나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가 사해행위 후 저당권 채무를 갚아서 말소된 경우처럼, 원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가 아니었던 부분까지 회복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므로,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도록 할 수 있습니다(가액배상). 이 사건에서는 아파트에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 채무를 피고 C가 변제했기 때문에, 그 금액을 제외한 아파트 가액 범위 내에서 취소하고 신용보증기금에 가액배상을 명령했습니다. 토지에 대해서는 원물반환(등기 말소)을 명했습니다.
만약 채무자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자신의 재산을 특정인에게 넘기려 한다면, 이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자신의 주요 재산을 넘기는 것은 사해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을 넘겨받는 사람(수익자)은 채무자가 이러한 의도로 재산을 처분하는 것임을 알았다고 추정되므로, 자신이 선의(즉, 몰랐다)였음을 객관적인 증거로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채무자와의 관계, 거래의 비정상성 등 여러 사정이 고려됩니다. 또한,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의 재산 처분 당시 채권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이미 존재하고 가까운 미래에 채권 발생의 개연성이 높았다면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선순위 담보가 설정된 재산이 사해행위로 넘어간 경우, 취소 범위는 부동산 가액에서 선순위 담보 채무액을 제외한 범위 내로 제한되며, 해당 가액만큼 금전으로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