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 투신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 미지급 판결

망인이 음주 후 동거인과 다투다 자살을 암시하며 구 거제대교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자, 망인의 어머니가 보험사에 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고,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어머니는 망인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사고로 추락했거나, 설령 자살했더라도 술에 만취하여 심신상실 상태였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사망한 망인 C의 어머니 A
• 피고: 보험업을 영위하는 보험회사 B 주식회사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8년 1월 30일 사망한 망인 C의 어머니로, 피고 B 주식회사와 망인을 피보험자로, 원고 자신을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하는 상해사망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보험 계약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망인 C은 2018년 1월 29일 동거인 F와 말다툼을 하던 중 '죽어버리겠다', '수영해서 나올 수 없는 구 거제대교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고, F는 다음 날 새벽 망인을 구 거제대교 쪽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망인은 대교 초입에서 차에서 내려 약 92m가량 다리를 걸어가다가 갑자기 대교 밑으로 떨어져 바다에 빠졌고, 2018년 2월 4일 변사체로 발견되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을 익사로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을 자살로 단정할 수 없거나, 설령 자살이라 하더라도 망인이 술에 만취하여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피고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사망보험금 합계 2억 1천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망인이 자신의 생명을 끊을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구 거제대교에서 뛰어내린 자살이며,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면책사유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1.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에 해당하는지 여부.
2. 망인이 투신 당시 보험 약관에서 정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망인의 사망을 고의 자살로 판단했으며, 망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보험 약관의 해석 및 면책사유의 증명 책임: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때,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이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즉, 고의적인 자살)을 보험사 측에서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판결 등 참조). 본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동거인 F에게 '죽어버리겠다', '수영해서 나올 수 없는 구 거제대교로 데려다 달라'고 구체적으로 자살 의사를 밝힌 점, 대교 초입에서 차에서 내려 약 92m를 스스로 걸어가 투신 지점까지 이동한 점, 구 거제대교의 난간 높이가 성인 남성의 가슴 부근까지 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발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고 추락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망인이 F와 반복적으로 심하게 다탙고 욕설이 섞인 문자 메시지를 받는 등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망인의 사망이 구 거제대교에서 투신하는 방법으로 발생한 고의적인 자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판단 기준: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하는 경우, 이러한 상태였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 경과,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그 동기, 경위,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망인이 혈중알코올농도 약 0.13%의 술에 취한 상태였고 수면장애 등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망인이 마신 술의 양이나 혈중알코올농도만으로는 심신상실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고, 구 거제대교 난간 높이를 고려할 때 만취 상태에서 난간을 타고 넘을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망인이 수면장애 외에 달리 정신과적 문제로 치료받은 기록이 없으며, F와의 다툼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한될 정도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교로 이동하고 투신 지점까지 걸어간 시간을 고려할 때 그러한 흥분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투신 당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참고 사항

1. 보험 약관의 정확한 이해: 보험 계약 체결 시 '고의적 자살'에 대한 면책 조항과 '심신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능 상태' 예외 조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2. 자살 여부 판단을 위한 증거: 보험 사고가 자살로 의심되는 경우, 법원은 사망자의 평소 언행, 사건 발생 직전 상황, 자살 시도 전후의 행동, 유서 여부, 주변인과의 관계, 경제적 상황, 정신적 고통 등 다양한 정황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의성을 판단합니다.
3. 음주 상태와 심신상실의 입증: 단순히 술에 취한 상태만으로는 보험 약관상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혈중 알코올 농도 외에 평소 주량, 당시 행동의 일관성, 정신과 치료 이력, 의사의 소견서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 본 사례에서도 혈중알코올농도 0.13%와 수면장애 치료 이력이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정신과적 문제나 심신상실에 이를 정도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극도의 흥분 상태의 고려: 동거인과의 심한 다툼으로 인한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 하더라도, 이것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제한할 정도였는지는 개별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 흥분 상태가 사고 발생 시점까지 지속되었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전혀 할 수 없었는지가 중요합니다.
5. 증명 책임의 중요성: 보험사는 면책사유(고의 자살)에 대한 증명 책임을 부담하지만, 원고는 약관의 예외 사유(심신상실 등)에 대한 증명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므로,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