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피고가 운영하는 기계가공 제조업체에 입사한 원고가 크레인으로 약 2톤의 철재 제품을 운반하던 중 제품이 떨어져 다른 철재 제품을 충격하고 이로 인해 원고의 발목이 다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산업안전보건법 및 사용자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피고의 안전조치 미흡을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부주의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 총 34,480,838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1월 13일 피고 B가 운영하는 ‘D’ 사업장에 생산직 근로자로 입사했습니다. 약 한 달 뒤인 2020년 2월 21일 오후 4시 20분경, 원고는 사업장에서 철재 제품의 화물차 안착 보조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동료 근로자 E가 약 2톤 무게의 가공 철재 제품을 크레인으로 운반하던 중, 크레인에 부착된 전자석에서 제품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떨어진 철재 제품은 지면에 쌓여있던 다른 철재 제품들을 넘어뜨렸고, 이로 인해 원고의 발목 부위가 충격되어 좌측 경골 원위부 분쇄상 관절내 골절, 좌측 비골 경부 골절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및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와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여부 근로자에게도 작업 중 스스로 안전을 지키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손해배상액 산정 시 근로자의 과실을 어느 정도 참작할 것인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지급된 보험급여가 손해배상액 산정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피고는 원고에게 34,480,83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0. 2. 21.부터 2023. 2. 21.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며,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가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사용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크레인 작업 시 안전보조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출입 통제 조치도 미흡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 역시 자신의 작업장소를 벗어나 위험 구역에 접근하여 사고를 당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원고의 일실수입, 기왕 개호비, 보조구 등을 계산하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장해급여 10,743,040원을 먼저 공제한 뒤, 최종 금액에 과실상계 50%를 적용하여 산정되었습니다. 위자료 5,000,000원을 포함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총 34,480,838원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3호 이 법령은 사업주가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고, 불량한 작업 방법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며, 특히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는 약 2톤의 철재 제품을 크레인으로 운반하는 작업 중, 제품이 낙하하여 다른 제품을 넘어뜨려 원고가 부상당하는 사고에 대해 이러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조 제5호, 제14호 이 규칙은 인양전자석 부착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 달아 올려진 화물의 아래쪽 장소에, 하역작업을 하는 경우 쌓아놓은 화물이 무너지거나 화물이 떨어져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장소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피고는 크레인 작업 중 화물 낙하 위험 구역에 대한 출입 통제 등 안전 조치를 미흡하게 하여 이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사용자의 신의칙상 보호의무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사용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고는 사업주로서 크레인 작업 시 안전장치 미비 및 출입 통제 미흡 등으로 이러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공제 후 과실상계 원칙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는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장해급여 10,743,040원을 일실수입에서 먼저 공제한 후, 원고의 과실 50%를 적용하여 최종 손해배상액이 계산되었습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다양한 안전 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특히 중량물 취급 작업이나 크레인 등 위험 설비 사용 작업 시에는 물체가 떨어지거나 무너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안전보조장치(로프, 쇠사슬 등)를 사용하여 화물을 결박하는 등의 예방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 근로자 또한 사업장의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위험 작업이 이루어지는 구역에는 관계없는 사람이 출입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을 인지했을 때는 스스로 안전 거리를 확보하는 등 자기 보호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원고가 자신의 작업장소를 벗어나 크레인 작업 구역 가까이에 있다가 사고를 당한 점이 과실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이 50% 감액되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휴업급여, 장해급여 등)를 받은 경우, 사업주 등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보험급여를 먼저 공제한 다음, 근로자의 과실을 반영하여 최종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