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직원 회식 중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견책처분 무효 확인 사건

국민연금공단 직원인 원고 A는 2022년 11월 노조 회식 자리에서 동료 직원 F에게 외모와 식사량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 혐의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공단 내 고충심의위원회와 노조 성폭력진상조사위원회는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나 성희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시정지시에 따라 공단은 원고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해당 견책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 공단의 견책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H공단 소속 사무직 직원으로, K노조 U지부 M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 피고 H공단: 국민연금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으로, 원고 A의 고용주입니다.
• 신고인 F: H공단 소속 공무직 직원으로, K노조 M지회의 N국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원고 A와는 노조 간부로 함께 활동한 동료입니다.

분쟁 상황

2022년 11월 25일 노조 운영위원회 회식 자리에서, 당시 K노조 U지부 M지회의 지회장이던 원고 A는 같은 지회의 N국장이던 신고인 F에게 "관리 안 하시냐", "이제 그만 드셔야 하는 것 아니냐", "관리 좀 하시라", "찌기 전을 봤으니 하는 말이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신고인 F는 이러한 발언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공단에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공단의 고충심의위원회와 노조 성폭력진상조사위원회는 원고의 발언이 부적절하나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신고인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했고, 노동청이 시정지시를 내리자 공단은 원고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하여 2024년 1월 29일 원고에게 견책 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해당 징계가 부당하다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의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공단이 원고 A에게 내린 견책 처분이 절차적 또는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기존 '주의' 조치 이후 동일 사유로 징계하는 것이 이중징계에 해당하고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주의' 조치는 징계가 아니므로 이중징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방어권은 보장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H공단이 원고 A에 대하여 2024년 1월 29일에 내린 견책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소송 비용은 피고 공단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A가 신고인 F에게 한 발언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공단 내부 위원회와 노조의 초기 판단이 성희롱이 아니라고 본 점, 노동청의 시정지시는 직접 조사가 아닌 공단 자료를 토대로 법률적 평가만 달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징계의 근거가 된 성희롱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견책 처분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판시하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희롱의 정의 및 판단 기준: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은 성희롱을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당사자의 관계, 행위 장소와 상황, 상대방의 반응, 행위의 내용과 정도, 반복성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인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8두74702 판결 등 참조).
• 이중징계 금지 원칙: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중징계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가 됩니다. 이중징계가 성립하려면 선행 처분과 후행 처분 모두 법적 성질상 징계처분이어야 하고, 선행 징계처분이 취소됨 없이 유효하게 확정되어야 하며, 두 징계혐의사실이 동일해야 합니다 (대법원 99두1090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내린 '주의' 조치가 징계인사규정에 따른 징계로 볼 수 없으므로 이중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징계 처분의 정당성: 징계 처분은 그 근거로 삼은 징계 사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입증될 때에만 정당성을 가집니다. 만약 징계 사유가 사실이 아니거나 해당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징계 처분은 위법하고 무효가 됩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발언의 신중성: 직장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외모나 식사량 등 개인적인 신체 특징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상대방이 모욕감이나 성적 굴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직장 내 성희롱 판단 기준: 성희롱은 행위자의 의도보다는 발언이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특정 단어가 직접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담지 않더라도, 전체 맥락에서 외모 비하 또는 신체적 특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연결될 경우 성희롱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습니다.
• 내부 조사와 외부 기관의 판단 차이: 조직 내부의 고충처리위원회나 노조의 조사 결과와 노동청과 같은 외부 감독 기관의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 조사 결과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징계의 정당성: 직장 내 징계 처분은 그 사유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만 유효합니다. 만약 징계 사유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징계 처분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징계 유형의 명확화: 회사는 직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때, 그것이 '주의'나 '권고'와 같은 비공식적인 조치인지, 아니면 인사규정에 따른 정식 '징계' (예: 견책, 감봉, 정직 등)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중징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