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년퇴직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공단의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감액된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2017년 하반기 임금지급률 조정 조항이 이미 지급된 상반기 임금을 소급 삭감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으며, 별도의 통상임금 소송 승소로 추가 지급이 확정된 시간외근무수당을 반영하여 '피크임금'을 재산정하고 그에 따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청구 중 일부는 이미 확정된 전소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으며, 설령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운영규정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비추어 상반기 임금을 소급 삭감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크임금은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에 확정된 고정금액이므로, 노사합의가 없는 한 시간외근무수당 추가 지급만으로 재산정할 수 없으며, 노사 쌍방의 공통 착오 상태를 고려한 보충적 해석에 따르더라도 추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10월 29일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이후 2017년 7월 5일 임금피크제 적용기준을 일부 변경하는 노사합의를 통해 운영규정을 개정했습니다. 원고 A는 1959년생으로 공단에서 근무하다 2019년 6월 30일 3급으로 정년퇴직한 근로자입니다. 원고는 2017년 7월 5일자 노사합의를 포함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 연령차별금지 등 강행규정에 위배되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미지급 임금 및 성과급 등을 청구하는 '이 사건 전소'를 제기했으나, 2022년 5월 12일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되어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원고를 비롯한 피고 공단 근로자들은 2017년 3월 9일 피고를 상대로 상여금 등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시간외근무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2020년 5월 7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고 2020년 5월 22일 확정되었습니다. 본 소송에서 원고는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의 임금지급률 조정 조항이 2017년 상반기 임금을 소급 삭감하여 무효이므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감소 차액 5,382,31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추가 지급이 인정된 시간외근무수당을 기초로 피크임금을 재산정하여 증가된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하반기부터 적용한 임금지급률 조정 조항이 2017년 상반기에 이미 지급된 원고의 임금을 소급 삭감한 것이므로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과거 통상임금 사건에서 추가 지급이 확정된 시간외근무수당을 반영하여 원고의 '피크임금'을 재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만약 피크임금을 재산정할 수 있다면, 재산정된 피크임금에 기존 임금지급률을 적용하여 원고에게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피고에게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가 제기한 청구가 '이 사건 전소'의 확정판결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세부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2016. 7.부터 2018. 6.까지의 임금 청구 및 2017년 미지급 임금 청구는 '이 사건 전소'의 확정판결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전소 변론종결 전에 주장할 수 있었던 공격방어방법은 후소에서 다시 제기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둘째, 설령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정 운영규정과 노사합의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비추어 2017년 상반기 임금까지 소급 삭감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피크임금은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에 확정된 고정금액이라고 보았습니다. 임금피크제의 운용 방식과 구조적 특성, 노사합의의 경과,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문언과 체계, 노사점검위원회의 합의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통상임금 사건에서 시간외근무수당이 추가 지급되었더라도 별도 노사합의가 없는 한 피크임금을 재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설령 피크임금을 재산정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노사합의 당시 쌍방이 시간외근무수당이 정당하게 산정되었다고 착오한 상태에서 임금지급률을 정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 노사는 처음부터 시간외근무수당이 잘못 산정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크임금 증가만큼 임금지급률을 낮춰 원고가 지급받을 임금 규모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도록 정했을 것이라고 보충적으로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재산정된 피크임금에 기존 임금지급률을 적용한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는 피고에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이 사건 전소의 기판력과 임금피크제 합의 및 운영규정의 해석, 그리고 노사 쌍방의 착오 상황을 고려한 보충적 해석을 통해 피고에게 추가 임금 또는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률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확정판결의 기판력: 민사소송법상 확정된 판결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 효력이 미칩니다. 즉,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한 소송물에 대한 후소를 제기하는 것은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전소 변론종결 이전에 존재했던 공격방어방법을 후소에서 주장하여 전소 확정판결과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도 기판력에 반합니다. 이는 법적 안정성과 분쟁의 최종 해결을 위한 원칙입니다. 둘째, 임금의 법적 성격 및 소송물: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계속적·정기적 지급 및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일한 지급기일에 지급되는 다양한 명목의 임금은 그 법적 근거와 성질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지급기일에 지급되어야 할 정당한 임금 전체가 하나의 소송물로 간주됩니다. 임금 산정의 근거 규정이나 세부 항목, 액수에 대한 주장은 소송물을 이유 있게 하는 공격방법에 불과하며, 그 주장이 달라진다고 해서 소송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취업규칙 해석의 원칙: 취업규칙은 노사 간의 집단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규범적 성격을 가지므로, 원칙적으로 그 객관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해야 합니다.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신중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넷째, 단체협약의 보충적 해석 (민법 제105조 유추 적용): 단체협약은 노사 간에 체결되는 계약의 일종이므로, 민법상 계약 해석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해 같은 내용으로 착오가 있고 이로 인해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을 때 약정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는 당사자의 실제 의사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 관행, 적용 법규, 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 조정 의사를 의미합니다. 다섯째, 기존 임금 삭감의 요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미 지급된 임금을 소급하여 삭감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이나 노사합의는 노동조합과의 합의 외에 개별 근로자의 동의도 필요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나, 과거 소송에서 이미 다투었거나 다툴 수 있었던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과거 소송과의 연관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둘, 임금피크제와 같은 중요한 근로조건 변경은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넘어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이미 지급된 임금을 소급하여 삭감하는 경우에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수적일 수 있으므로, 합의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셋,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서의 내용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본인의 해석이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넷,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는 단순히 특정 수당의 증액만으로 총 임금액이 자동으로 재조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공공기관의 총 인건비 한도, 신규채용 목표 등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설계되며, 피크임금의 고정성은 중요한 전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 노사합의 시 쌍방 모두가 특정 사실에 대해 잘못 알고 합의(공통 착오)를 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당시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었던 의사를 보충하여 합의 내용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착오가 있었던 부분만 수정하여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임금체계의 균형과 노사의 이익 조정을 고려하여 판단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