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교통사고/도주
택시 운전자 A가 유턴 중 반대편에서 우회전하여 직진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B와 비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넘어져 상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A는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이탈했습니다. 원심에서는 A에게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도주치상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는 A에게 유턴 시 주의의무 위반 과실과 사고 인지 후 도주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250만 원을 선고한 사건입니다.
2021년 2월 11일 오후 6시 30분경 인천 부평구의 한 삼거리에서 피고인 A는 택시를 운전하여 유턴을 시도했습니다. 이때 반대편에서 우회전 후 직진하던 피해자 B의 오토바이가 A의 택시를 피하려다 넘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 B는 약 3주간의 경부 염좌 등 상해를 입었고 오토바이 및 휴대전화 파손으로 수리비 693,000원이 발생했습니다. 피고인 A는 사고 직후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 오토바이가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통행했으므로 '신뢰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 A는 원심의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사는 도주치상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것과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 A에게 비접촉 사고 후 필요한 구호 조치 및 교통 질서 회복을 위한 조치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 둘째 피고인 A가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현장을 이탈하려는 도주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셋째 피고인 A의 유턴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넷째 오토바이 운전자의 통행 방법 위반을 이유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어 피고인의 과실이 면책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만약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습니다.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운전자가 비접촉 사고라 하더라도 사고 발생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지했다면 피해자 구호 및 교통 질서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자신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신뢰의 원칙을 주장할 수 없으며 사고 후 현장을 이탈하면 도주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사고발생 시의 조치)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경우 사상자 구호 및 손괴된 물건 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의무는 사고 발생에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발생하며 비접촉 사고의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위 조항을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입니다. 사고 사실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며 사고로 인한 도로교통상의 위험 또는 장해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은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사상에 이르게 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합니다. 여기서 '도주'는 사고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피해 발생 사실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고 자신의 책임을 외면한 채 현장을 이탈했다면 도주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상)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운전자는 운전 중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으며 이를 게을리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됩니다.
도로교통법 제18조 제1항(횡단 등의 금지)은 차마의 운전자는 보행자나 다른 차마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유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유턴 시에는 선행 차량 및 진입 차량의 정상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신뢰의 원칙'은 다른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해도 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경우에는 이 원칙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즉 피고인 자신이 유턴 방법을 위반한 과실이 있다면 피해자가 비정상적으로 운행할 것까지 예상해야 할 주의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상 후 도주죄와 사고 후 미조치죄가 하나의 행위로 발생한 것으로 보아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비접촉 사고라 할지라도 운전자의 과실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고 상대방이 다치거나 차량이 파손된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알았다면 즉시 정차하여 구호 조치 및 사고 처리를 해야 합니다. 사고 현장을 떠나면 '도주치상' 또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적용되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턴 시에는 주변 차량의 흐름을 충분히 살피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신이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사고를 유발했다면 상대방의 과실이 있더라도 '신뢰의 원칙'을 주장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