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메신저 대화로 받은 학교폭력 징계 무효 판결

한 고등학생이 친구들과의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여학생들을 언급하며 외모를 평가하고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징계를 받았습니다.

피해 학생이 우연히 원고의 계정으로 로그인하여 대화 내용을 발견하고 학교에 신고하면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고, 학교는 원고에게 출석정지, 학급교체 등의 징계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징계 조치가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다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절차적 하자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해당 메신저 대화가 구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해당한다 하더라도 징계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징계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E고등학교 2학년 학생. 친구들과의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부적절한 내용으로 대화하여 학교폭력 징계를 받은 당사자. (미성년자이므로 부모인 B와 C가 법정대리인)
• 피고 학교법인 D: 원고 A가 재학 중인 E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으로, A에게 학교폭력 징계 조치를 내린 주체.
• 피해 학생 H, I: 원고 A의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 내용에 언급된 같은 학교 여학생들. H가 우연히 대화 내용을 발견하여 학교에 신고함.
• 친구 F, G: 원고 A와 함께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대화에 참여한 같은 학교 친구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9년 3월 16일, 같은 학교 친구인 F, G과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대화 중에는 같은 학교 여학생 H와 I의 외모를 평가하며 순위를 매기거나,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장난 고백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음 날인 3월 17일경, 피해 학생 H는 선배로부터 빌려 사용하던 태블릿PC에서 우연히 원고 A의 페이스북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원고는 같은 해 2월경 해당 태블릿PC로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H는 임의로 원고의 계정에 로그인하여 단체 대화 내용을 알게 되었고, 이를 I과 공유한 후 E고등학교에 신고했습니다.

E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9년 4월 2일, 원고 A가 F, G과 나눈 대화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학교폭력의 심각성, 고의성을 높게 평가하여 학교장에게 '접촉 및 협박, 보복행위 금지, 출석정지 5일, 학급교체, 특별교육이수 5시간' 조치를 요청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에 E고등학교장은 2019년 4월 5일 원고 A에게 위와 같은 징계 조치를 내렸고, 원고는 이 징계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징계조치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은 크게 두 가지 쟁점을 다루었습니다.

첫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부모 위원 선출 방식, 가해 학생에게 충분한 의견 진술 기회 보장 여부, 징계 처분 통지서의 이유 제시 미흡 등 징계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

둘째, 원고 A의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 내용이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설령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의 징계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학교법인 D가 운영하는 E고등학교 학교장이 2019년 4월 5일 원고 A에게 내린 '접촉 및 협박, 보복행위 금지, 출석정지 5일, 학급교체, 특별교육이수 5시간'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이 사건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의 징계 조치에 대한 절차적 하자 주장은 모두 기각했으나, 실체적 하자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절차적 하자 관련 판단 (원고 주장 기각)​

• 자치위원회 구성: 학부모 위원 선출 시 학부모총회에서 투표 없이 이의 여부 확인 절차만 거쳤지만, 구 학교폭력예방법이 투표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후보자 수와 선출 인원 수가 동일한 경우 투표는 실질적 의미가 없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 의견 진술 기회 보장: 원고와 부모는 자치위원회 개최 전 의견 진술 일정을 안내받았고, 진술서를 제출했으며, 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했으므로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직접 메신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 처분 사유 미제시: 구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징계 조치 이유 통지 규정이 없고,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도 처분 당시 당사자가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진술서 제출 및 위원회 출석 등을 통해 징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고, 실제로 불복 소송을 제기한 점 등을 종합하여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2. 실체적 하자 관련 판단 (원고 주장 인용)​

• 학교폭력 해당 여부: 이 사건 대화가 '사이버 성폭력'으로 판단되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었으나, 법원은 이를 구 학교폭력예방법상의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화는 원고와 친구 F, G 3명만 있는 비공개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이루어졌고, 피해 학생들에게 직접 보낸 것이 아닌 점.
  • 대화 내용이 피해 학생들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친구들끼리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수반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 피해 학생이 우연히 원고가 사용한 적 있는 제3자의 태블릿PC에서 원고의 계정으로 임의 로그인함으로써 대화 내용을 알게 된 것으로, 대화자들이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전달 범위를 벗어나는 점.
  • 이 대화 내용을 명예훼손·모욕, 성폭력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정보에 준하는 심각성을 띠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 학생에게 미친 신체·정신적 피해 또한 유사한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법원은 설령 이 대화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3명만 참여하는 비공개 대화방에서 이루어졌고 직접적인 물리적 가해나 집단 따돌림 등 심각한 학교폭력과 비교했을 때 그 잘못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보았습니다.
  •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고의성을 '높음'으로 평가하여 내린 징계 조치(출석정지 5일, 학급교체 등)는 이 사건 대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피해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법원은 원고에 대한 징계 조치가 위법하여 무효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학교폭력의 정의)​

• 내용: 이 법에서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 사례 적용: 이 사건에서 학교는 원고의 대화 내용을 '사이버 성폭력'으로 보아 학교폭력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대화가 3명만 참여하는 비공개 메신저 대화였고, 피해 학생에게 직접 전달된 것이 아닌 우발적인 유출로 알려진 점, 대화의 맥락이 친구들 간의 장난에 가까웠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에 열거된 학교폭력 유형에 해당하거나 그에 준하는 심각성과 피해가 수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3조 (국민의 권리 보호)​

• 내용: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 사례 적용: 이 조항은 학교폭력 징계 조치 시 학생의 권리 침해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요구하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학교폭력 징계가 학생의 진학 등 중요한 불이익을 줄 수 있으므로, 어떤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보고 징계할 때는 이 법의 취지에 따라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및 재량권 일탈·남용의 법리

• 내용: 학교장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가해학생에게 일정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행정처분으로서 학교에 재량권이 부여된 행위입니다. 하지만 이 재량권을 부여된 한계를 넘어서거나 남용한 경우에는 위법하게 됩니다.
• 사례 적용: 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화 내용의 경미성, 비공개 대화방에서의 대화, 우발적인 유출, 직접적인 피해 발생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학교가 대화의 심각성과 고의성을 '높음'으로 판단하여 출석정지, 학급교체 등 중한 징계 조치를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학교가 부여된 재량권을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사용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4.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처분 사유 제시)​

• 내용: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사례 적용: 이 조항은 행정처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리 구제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비록 처분 통지서에 처분 사유가 개괄적으로 기재되었더라도, 원고가 진술서 제출 및 자치위원회 출석 등을 통해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불복 절차에 나아가는 데 지장이 없었다면 위법한 절차적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5.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7항 (자치위원회 구성)​

• 내용: 자치위원회는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하여야 합니다.
• 사례 적용: 이 조항은 자치위원회 구성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원은 '직접 선출'의 방법을 투표 방식으로 한정하지 않으며, 학부모위원 후보자 수와 선출하여야 할 인원 수가 동일한 경우 투표 절차 없이 이의 여부 확인 절차를 거쳐 선출하는 것도 '직접 선출'에 해당한다고 보아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6.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5항 (의견 진술 기회)​

• 내용: 가해학생 및 보호자의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하여야 합니다.
• 사례 적용: 법원은 원고와 보호자가 의견 진술 일정을 안내받고, 진술서를 제출했으며, 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충분한 의견 진술 기회가 보장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온라인 대화의 내용과 책임: 비공개 단체 대화방이라 할지라도 대화 내용은 언제든 유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발언, 성적인 농담 등은 기록으로 남아 예상치 못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온라인상의 모든 대화에서 신중함이 요구됩니다.
• 학교폭력의 범위에 대한 이해: 학교폭력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따돌림, 명예훼손, 모욕, 성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특정 발언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될지 여부는 발언의 내용, 대상, 전달 방식,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 징계의 적절성과 재량권: 학교폭력 징계는 학생의 학교생활기록과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학교는 법령에 따라 학교폭력의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피해 학생과의 화해 노력,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조치를 결정해야 합니다.
• 절차적 권리 보장: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과 보호자는 충분한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권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증거의 중요성: 온라인 대화의 경우 대화 내용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관련 대화 기록이나 스크린샷 등은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 법령 해석의 신중성: 학교폭력 관련 법령은 학생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해석하고 적용되어야 합니다. 특정 행위가 법령이 정한 학교폭력 유형에 명확히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가 수반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