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준강제추행)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에서는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취업제한명령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낮고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검사 역시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양형부당으로 항소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곧바로 그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피고인과 같은 장소에서 잠을 자는 것을 허락한 점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행동 양상이 일반적인 범죄 피해자의 대처와 다르다는 점에서 촉발된 논쟁입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피해자가 범죄를 당한 직후에도 피고인과 같은 장소에 머물며 잠을 자는 것을 허락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0개월,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취업제한명령 3년이라는 형량이 적절한지 여부였습니다(피고인은 무겁다고 검사는 가볍다고 주장).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즉, 원심의 유죄 판결과 형량을 유지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방식은 개인의 성향,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피해자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의 증명력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술이 덜 깬 상태였고 새벽이 늦어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었으며 당시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피고인을 추궁하는 내용을 녹음까지 해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을 허락한 행위가 추행 관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1,000만 원을 공탁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충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