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 A는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성명불상자에게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접근매체 대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대출 기대 이익을 대가로 보고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가를 약속하며 접근매체를 대여했다는 인식이 없었고 오히려 성명불상자의 기망에 속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3월 24일경 성명불상자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명불상자는 대출 이자 상환용으로 필요하다며 피고인에게 피고인 명의의 수협은행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같은 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퀵서비스를 이용해 체크카드 1개를 성명불상자에게 보내주었고, 이후 전화로 체크카드의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약속된 대출을 받지 못했고, 성명불상자와의 연락도 두절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대가를 약속하며 금융기관의 접근매체를 대여했다는 혐의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자신의 체크카드를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할 당시,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대가’를 수수ㆍ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즉, 피고인이 순전히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속아서 카드를 보낸 것인지, 아니면 카드를 빌려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경제적 이익(대가)을 약속하며 대여한 것인지가 주된 법리적 다툼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가를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가 대출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성명불상자의 기망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한 것으로 보일 뿐,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교부 당시 그러한 인식을 했다고 보기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는 누구든지 대가를 수수ㆍ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접근매체의 대여’는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이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ㆍ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행위를 말합니다(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특히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며(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도16946 판결 참조),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사람은 이러한 경제적 이익을 수수ㆍ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20도16468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한 기대이익을 ‘대가’로 인식하고 체크카드를 대여한 것이 아니라, 성명불상자의 기망에 의해 대출 이자 상환용으로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카드를 교부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는 접근매체 대여에 따른 ‘대가’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항소법원은 항소가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스스로 판결하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대출을 제안받았을 때 상대방이 체크카드나 통장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에 필수적인 접근매체를 요구한다면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본인의 체크카드나 통장을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금융사기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몰릴 수 있습니다. 대출은 반드시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정식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며, 정식 금융기관은 절대로 대출 신청 시 체크카드나 통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개인 신용도가 낮아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식의 솔깃한 제안에는 더욱 의심을 가져야 합니다.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낯선 사람의 대출 제안에 현혹되지 않고, 본인의 금융 정보를 절대로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에 하나 이미 카드를 넘겨주었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준 경우에는 즉시 해당 금융기관에 연락하여 카드 정지 및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