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D아파트 외벽 도장 공사 현장에서 피고인 B 주식회사의 상무이사 겸 현장대리인인 피고인 A의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해 일용직 근로자 E(55세)가 23층 옥상에서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입니다. 피고인 A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2019년 10월 23일 10시 5분경, 경기 남양주 D아파트 23층(약 62m 높이) 옥상에서 일용직 근로자 E가 아파트 측면 외벽 도장 작업을 준비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옥상은 바닥이 경사진 싱글 지붕 형태로 매우 협소했으며, 난간 높이도 약 40cm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는 에어리스 호스를 환기구 너머로 던지다가 호스 안의 페인트 무게로 중심을 잃고 난간 밖으로 추락했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았고, 옥상에는 안전대를 걸 설비도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1차 추락 후 호스를 붙잡고 약 10분간 매달려 있다가, 119 구조대가 건넨 로프를 잡으려다 놓쳐 최종적으로 지상으로 추락하여 중증뇌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피고인 A이 현장대리인으로서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피고인 B 주식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 여부, 그리고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피고인 B 주식회사에게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B 주식회사에 대해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이 고층 아파트 옥상 작업 현장에서 안전대를 걸어 사용할 설비를 설치하지 않고, 안전모와 안전대 착용을 지도 및 점검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과 안전조치 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피해자의 과실이나 119 구조대의 대처 미흡이 피고인들의 책임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유족과의 합의 및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다음 법령과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 A은 현장대리인으로서 근로자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안전조치의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규정은 사업주가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명시합니다. 법원은 아파트 옥상이 추락 위험이 높은 장소였으므로 피고인 A에게 이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 (보호구의 지급 등):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경우 안전모를,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안전대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작업 당시 안전모와 안전대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점이 이 규정 위반에 해당합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3조 (개구부 등의 방호조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등을 설치해야 하고, 설치가 곤란한 경우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사건 옥상의 낮은 난간과 미흡한 방호조치는 이 규정에 위반됩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4조 (안전대의 부착설비 등):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켰다면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해야 합니다. 현장에 안전대를 걸 수 있는 설비가 없었던 점이 이 규정에 위반됩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2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등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합니다.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상무이사 A의 위반 행위에 대해 이 양벌규정에 따라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상당인과관계: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과실이나 구조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상황 발생이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단절시키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1차 추락이 사망의 궁극적인 원인 제공이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고층 아파트 외벽과 같이 추락 위험이 높은 작업 환경에서는 사업주와 현장 관리자의 철저한 안전조치 이행이 매우 중요합니다. 작업 공간이 협소하거나 경사져 있는 등 특수한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안전 수칙 외에 추가적인 추락 방지 조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근로자에게 안전모와 안전대는 필수적으로 지급하고, 이를 단순히 지급하는 것을 넘어 작업 전에 올바르게 착용했는지, 안전대를 걸어 사용할 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등 실제 안전 장비 사용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안전 관리 책임자는 작업 전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잠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방 계획을 수립하고 근로자에게 충분히 교육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 피해자 본인의 과실이 일부 있더라도, 사업주의 기본적인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