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사업을 운영하며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게 된 C가 세무조사와 조세채권 확정 직전 자신의 아들 A과 배우자 B에게 총 2억 원을 증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C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 증여 행위가 채권자인 국가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해당 증여 계약을 모두 취소하고, 증여받은 피고들에게 증여받은 금액을 국가에 돌려주도록 판결했습니다.
C는 'D'라는 상호로 도소매업을 운영하던 중, 가공세금계산서 수취 사실이 세무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C는 2021년 4월 8일에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합계 5억 3,447만 6,740원을 자진 신고했으나 이 세금을 납부하지 못했습니다. 조세채권이 확정되기 전인 2020년 11월과 12월경, C는 사업을 폐업하면서 자신의 은행 예금 계좌에서 아들 A에게 5천만 원을, 배우자 B에게 총 1억 5천만 원을 각각 증여했습니다. 당시 C는 이미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C의 이러한 증여 행위가 세금 징수를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사해행위'라고 보고, 해당 증여 계약을 취소하고 증여된 재산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금 체납 상태인 채무자 C가 가족에게 재산을 증여한 행위가 국가의 조세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증여를 받은 피고들이 채무자 C의 재정 상태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선의' 항변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였습니다. 또한, 사해행위로 취소된 재산에 대해 원래의 물건을 돌려주는 '원물 반환' 대신 그 가치에 해당하는 돈으로 돌려주는 '가액배상'이 가능한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A과 C 사이에 2020년 11월 6일에 있었던 5천만 원의 증여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또한, 피고 A은 원고인 대한민국에게 5천만 원과 이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피고 B와 C 사이에 2020년 11월 10일, 2020년 11월 30일, 2020년 12월 1일에 각각 5천만 원씩 이루어진 총 1억 5천만 원의 증여 계약들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피고 B는 원고인 대한민국에게 1억 5천만 원과 이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모든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은 세금 체납자가 재산을 은닉하기 위해 가족에게 증여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된 사례입니다. 법원은 채무자의 채무초과 상태와 사해의사를 인정하고, 수익자인 가족들의 선의 항변을 배척하며 원상회복을 위한 가액배상을 명령함으로써 국가의 정당한 조세채권 행사를 보호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의 '채권자취소권'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예를 들어 증여)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도록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C가 조세채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아들과 배우자에게 재산을 증여하여 자신의 채무초과 상태를 더욱 심화시킨 행위는 국가의 조세채권을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C의 증여행위가 채권자인 국가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C에게 채권자를 해하려는 의도인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해행위의 '피보전채권' 성립 시기: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려면 채권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 즉 보호받을 채권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의 조세채권은 증여계약 이전에 이미 그 기초적인 법률관계(가공세금계산서 수취)가 발생했고, 가까운 장래에 조세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성립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증여 계약 당시에도 이 조세채권이 사해행위의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37821 판결 참조)
수익자의 '악의 추정':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그 행위로 이익을 얻은 사람(수익자)도 채무자의 사해의사(채권자를 해하려는 의도)를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즉, 증여를 받은 피고 A과 B도 C가 세금을 회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되는 것입니다. 수익자가 이 추정을 깨려면 자신은 채무자의 채무초과 상태나 사해의사를 전혀 몰랐다는 '선의'임을 명확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는 선의 항변을 했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원상회복으로서 '가액배상':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증여된 재산 자체가 채무자에게 반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재산이 이미 소비되거나 처분되어 원래의 물건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의 가치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를 '가액배상'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증여받은 돈이 이미 소비되었기 때문에, 법원은 피고들에게 증여받은 금액을 국가에 돈으로 돌려주도록 가액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세금 체납이나 다른 종류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는 행위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하면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족 등 가까운 관계의 사람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 증여를 받은 사람이 채무자의 채무초과 상태나 채무자가 채무 변제를 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악의 추정'이라고 불리며, 증여받은 사람이 자신의 선의를 명확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증여된 재산은 원래 채무자에게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이미 사용되거나 처분되어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재산의 가치에 해당하는 돈으로라도 돌려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