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 A와 총괄이사 B, 그리고 법인 주식회사 C은 네팔 국적 근로자 F가 다이캐스팅 기계 내부 금형 청소 중 머리 협착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는 기계의 안전문 방호장치 결함을 인지하고도 방치하고, 위험한 작업 시 기계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데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입니다. 원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고, 항소심에서는 피고인 A, B의 형량이 집행유예로 감형되었으나 주식회사 C의 벌금형은 유지되었습니다.
주식회사 C 공장에서는 2021년 9월 13일부터 다이캐스팅 기계의 안전문 방호장치(리미트 스위치)에 결함이 발생했습니다. 이 결함으로 안전문을 열어도 기계 작동이 멈추지 않는 위험한 상태가 10개월 이상 지속되었고, 피고인 A(대표이사)는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안전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위험성을 여러 차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협회는 '사고 발생 위험성 높음', '작업을 지속하려면 즉시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고 경고했습니다. 피고인 A와 B(총괄이사)는 근로자들에게 금형 청소 시 기계 운전 정지(OFF 모드)를 원칙으로 교육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수동 모드로 전환하여 청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피고인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계의 취급설명서상 안전장치는 안전도어 개방 시 기계 동작을 금지하는 인터록이었으나, 리미트 스위치 고장으로 이 기능이 상실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2022년 7월 14일 오전 10시 20분경, 피해자 F가 다이캐스팅 기계(콜드챔버 4호기)의 내부 금형 청소 작업 중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이는 협착 사고로 인해 두개골 파열로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사고 당시 기계는 자동 모드 상태였으며, 게이트가드를 열어도 기계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다이캐스팅 기계의 안전문 방호장치(리미트 스위치) 결함을 인지하고도 약 10개월간 정비하지 않고 사용한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금형 청소 작업과 같이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을 할 때 기계 운전을 정지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고 수동 모드로 작업하도록 한 것이 안전조치 의무 위반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A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관리감독자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 중대재해 발생 대비 대응 매뉴얼 마련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총괄이사 피고인 B가 방호문 결함을 알고도 재해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인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심에서 선고된 피고인들의 형량이 과중하여 부당한지 여부입니다.
항소심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피고인 B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주식회사 C의 항소는 기각되어 원심의 벌금 1억 5,000만 원 형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와 B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에 대해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인 A와 B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과 상당한 금원을 지급하며 원만히 합의한 점, 초범이거나 벌금형 외의 전과가 없는 점, 사고 발생 경위에 피해자의 과실도 일부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는 점, 그리고 사고 이후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개선 조치를 시행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 집행유예로 감형했습니다. 한편, 피고인 주식회사 C에 대한 벌금형은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은 사업주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계·기구 등의 위험 예방 조치를 포함하며, 피고인 A는 방호장치 결함 인지 및 운전 정지 의무 불이행으로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둘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1조 (방호장치의 정비 등)는 기계 또는 방호장치에 결함이 발견되면 반드시 정비 후 사용하고, 정비 완료 시까지 사용을 금지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리미트 스위치 결함을 10개월간 방치한 것이 이 조항 위반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셋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 (운전의 정지)는 동력으로 작동되는 기계의 정비·청소 등 위험 작업 시 운전을 정지하도록 명시합니다. 법원은 '운전 정지'를 단순히 수동 모드 전환이 아닌, 다른 사람의 부주의한 작동을 방지하는 OFF 모드로 해석하며, 청소 작업 시 OFF 모드 미적용이 의무 위반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넷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21조 (주형조형기 등의 방호조치)는 주형조형기나 다이캐스팅 머신에 근로자 신체 협착 위험이 있을 경우 게이트가드 또는 양수조작식 방호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게이트가드는 닫지 않으면 기계가 작동되지 않는 연동 구조여야 함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리미트 스위치 고장으로 게이트가드가 비연동 상태였으므로 적절한 방호장치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관리감독자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 중대재해 발생 대비 대응 매뉴얼 마련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합니다. 피고인 A는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여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여섯째,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피고인 B는 총괄이사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리오해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형식적인 규칙 준수를 넘어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이루어졌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이 형식적 교육만으로는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산업재해 상황을 예방하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참고해야 합니다. 첫째, 사업주는 기계나 방호장치에 결함이 발견될 경우 이를 즉시 정비하거나,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기계의 사용을 금지해야 합니다. 결함 인지 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중대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정비, 청소, 급유 등 근로자의 신체가 위험한 기계 부위에 접근할 수 있는 작업 시에는 해당 기계의 운전을 완전히 정지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운전 정지'는 단순히 수동 모드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의 부주의나 착오로 기계가 작동되지 않도록 전원을 차단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의미합니다. 셋째,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하며, 관리감독자의 업무 수행을 평가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형식적인 시스템은 법적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넷째, 안전 수칙 교육을 실시했더라도 실제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음을 인지했다면, 추가적인 안전 조치나 관리 감독을 통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해야 합니다. 교육만으로는 실질적인 안전 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법 및 관련 규칙의 각 조항은 근로자의 안전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조문의 문언적 해석을 넘어 산업현장의 특성과 작업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게이트가드 설치 의무는 닫지 않으면 기계가 작동되지 않는 연동 구조를 전제하며, 비연동 상태의 방호장치는 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