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 및 근속기간 인정 요구 관련 판결

43명의 버스 운전기사들이 자신들이 중형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기간에도 대형버스 운전기사와 동일한 임금 및 근속기간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버스 회사들을 상대로 임금 차액 및 미지급 퇴직금 등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운전기사들은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 특정 노사 합의서의 효력, 퇴직 후 재입사한 경우의 근로관계 계속성, 견습기간의 근로 인정 여부 등을 쟁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운전기사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 버스 회사들이 대형버스 운전기사에게만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중형버스 운전기사에게 적용하지 않거나 퇴직 후 재입사한 경우 근로관계 단절을 인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43명의 버스 운전기사들로, 과거 중형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퇴직금을 정산받고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재입사한 사람들입니다.
• 피고 AR 주식회사: 여객 자동차운수 및 운송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였으나, 현재 파산 선고를 받아 파산관재인(AS)이 소송을 수계하였습니다.
• 피고 주식회사 AT: 여객 자동차운수 및 운송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 회사들은 대형버스와 중형버스 운전기사를 구분하여 채용하고 임금 및 근로조건을 다르게 적용해왔습니다. 중형버스 운전기사들 중 일부는 피고 회사들의 내부 정책에 따라 중형버스 운전기사를 사직하고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재입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기존 중형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기간에 대해 대형버스 운전기사와 동일한 임금과 호봉을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중형버스 운전기사 기간에도 대형버스 운전기사와 동등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금 차액 및 호봉 재산정을 통한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2014년에 특정 버스회사들과 노동조합 지부 간에 '중형승무원의 임금을 2015년 10월 1일부터 대형승무원 1호봉 대비 100% 적용한다'는 합의서가 작성된 바 있어 이 합의서의 적용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재입사하기 전의 견습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 및 근로 인정 여부도 다툼의 대상이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이 중형버스 운전기사에게도 적용되는지 여부.
2. 2014년 '중형승무원 임금을 대형승무원 1호봉 대비 100% 적용'하기로 한 노사 합의서가 피고 회사들과 원고들에게 효력을 미치는지 여부.
3. 중형버스 운전기사로 퇴사한 후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재입사한 것이 근로관계의 단절 없이 계속된 것으로 보아 호봉을 재산정하고 미지급 퇴직금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
4. 대형버스 운전기사 견습기간을 근로 기간으로 포함하여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이 노동조합에 가입된 대형버스 운전기사에게만 적용되며, 중형버스 운전기사는 단체협약상의 '운전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중형버스 운전기사와 대형버스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 노동 강도 등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임금 차등 지급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한 처우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014년 합의서의 경우, 그 효력이 피고 회사들과 원고들에게 직접 미친다는 증거가 없고 노동조합법 제36조의 지역적 구속력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전기사들이 중형버스 운전기사 직을 사직하고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재입사한 것은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근로관계 단절로 보아 계속근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견습기간 전체를 대형버스 운전기사 근무 기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에서 주로 다루어진 법률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일반적 구속력)​: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해당 단체협약이 다른 동종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중형버스 운전기사를 대형버스 운전기사와 '동종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의 적용을 부정했습니다.
•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중형 및 대형버스 운전기사의 업무 특성(승차인원, 운행 거리·시간, 교통 수요, 사고 위험, 요구되는 기술 및 집중력, 심리적 부담감 등)에 차이가 있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임금 차등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6조 (지역적 구속력)​: 특정 지역에 종사하는 동종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 적용을 받을 때, 행정관청의 결정에 따라 해당 지역의 다른 동종 근로자와 사용자에게도 해당 단체협약이 적용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행정관청이 2014년 합의서에 대해 지역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결정을 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1조 제1항: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그 효력에 관한 조항입니다. 법원은 노동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단체협약 조항을 직접 무효로 하는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시정명령의 사법상 효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진의 아닌 의사표시의 법리: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경영 방침이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비록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않았더라도 그 의사표시는 유효하다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퇴직 및 재입사가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계속근로연수 산정 법리: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정산받은 후 재입사한 경우, 근로관계가 유효하게 단절된 것으로 보아 재입사 시점부터 계속근로연수를 산정해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중형버스 운전기사로서의 근무 기간과 대형버스 운전기사로서의 근무 기간 사이에 근로관계 단절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1. 근로계약 및 단체협약의 명확한 이해: 입사할 때 본인에게 적용되는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그리고 해당 사업장의 단체협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직종이나 직급에 따라 근로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어떤 규정이 본인에게 적용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관련 문서를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노동조합 가입 여부 및 활동 확인: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은 주로 조합원에게 적용됩니다. 만약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직종이라면, 단체협약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과 활동 범위를 미리 확인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퇴직 및 재입사 시 근로관계 단절 여부 신중 검토: 직종 전환 등을 이유로 퇴직 후 재입사하는 경우, 근로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는 퇴직금, 호봉, 연차휴가 등 중요한 근로조건 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회사의 안내를 따르기 전에 근로관계 단절로 인한 불이익이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가능하다면 근로관계가 계속됨을 전제로 하는 합의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4. 노사 합의서의 적용 범위 확인: 특정 노사 합의서가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이 모든 사업장이나 모든 근로자에게 자동으로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서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적용 대상 근로자와 사업장이 어디인지 명시된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지역적 구속력이나 일반적 구속력 적용 여부는 행정관청의 결정이나 법률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5. 견습 또는 교육 기간의 임금 지급 여부: 업무 전환이나 신규 업무를 위한 견습 또는 교육 기간이 있다면, 해당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 여부와 그 산정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합의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실제 근로가 제공되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주장할 수 있지만, '견습'이라는 명목만으로는 근로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6. 차별적 처우 주장 시 객관적 자료 준비: 본인이 다른 직종의 근로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합리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두 직종 간의 업무 내용, 노동 강도, 책임 범위, 필요한 기술 수준 등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업무일지, 직무기술서, 동료 진술 등)를 준비해야 합니다. 단순히 직종명만으로는 본질적 동일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