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도/재물손괴
피해자가 피고인 소유의 토지에 지하수관정 시설물을 설치했으나, 피고인이 이 시설물에 접근을 막고 사용을 차단하자 검사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시설물이 피고인 토지에 부합된 것으로 보아 타인의 재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 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시설물이 토지의 '부합물'인지, 즉 토지의 일부가 되어 토지 소유자의 소유가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토지 지하와 지상에 걸쳐 지하수관정 시설물을 설치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자신의 토지와 피해자 토지 사이에 담장을 설치하고, 이 시설물 위에 덮개를 설치한 뒤 자물쇠로 잠갔습니다. 또한 피해자 집으로 이어지는 지하수 관로의 밸브를 잠가 지하수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검사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 소유의 시설물에 대한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지하수 시설물이 피고인 소유 토지의 '부합물'로서 피고인의 소유인지 아니면 여전히 '피해자의 소유'인 타인의 재물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만약 시설물이 타인의 재물이라면 피고인의 행위가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도 판단해야 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원심판결문의 일부 문구를 '2023. 4. 9.경'에서 '2023. 4. 초경'으로, '그 무렵'을 '2023. 4. 9.경'으로 경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지하수 시설물이 피고인 소유 토지에 설치될 당시 피해자가 토지 사용에 대한 정당한 '권원(정당한 권리)'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시설물의 구조, 용도, 기능상 토지와 분리하여 독립적인 경제적 효용을 가질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분리하면 경제적 가치가 없어져 토지의 '부합물'로 평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시설물이 피고인의 소유이거나 토지의 일부가 된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는 행위이며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 제256조(부동산에의 부합)와 재물손괴죄의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토지에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반드시 해당 토지 소유자와의 정식 계약이나 합의를 통해 토지 사용에 대한 '권원'을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를 거치는 것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권원 없이 시설물을 설치했다면, 해당 시설물이 토지의 '부합물'이 되어 토지 소유자의 소유로 귀속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설물 설치자가 임의로 사용하거나 훼손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설물을 설치하기 전 해당 시설물이 토지로부터 쉽게 분리 가능한지, 분리 시에도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부합물 여부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