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강도/살인 · 노동
2017년 9월 13일 새벽, 기존선의 고속화를 위한 시험운행 중이던 두 대의 열차가 추돌하여 1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열차가 파손되고 열차 교통이 방해된 사건입니다. 철도 관련 기관 소속의 여러 피고인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일부 피고인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는 시험운행 계획의 미흡과 같은 간접적인 과실에 대해서는 사고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다만, 사고 당시 상황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비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관제사(H)와 현장 정보 전달을 소홀히 한 감리인(J)은 업무상 과실과 사고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유죄가 유지되거나 감경된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2017년 9월 13일 새벽 5시경, 한국철도공단이 주관한 기존선 고속화사업의 시설물 검증 시험운행 중이었습니다. X선 AE-AG 구간의 Z역 상선 4호주 폐색신호기 앞에서 선행차량이 정차한 상황에서, 뒤따르던 후행차량 기관사 AN은 이 정차 사실을 알지 못한 채 Y역을 지나 시속 92.9km로 가속 운행했습니다. 이후 정차 중이던 선행차량을 발견하고 긴급 제동을 시도했으나, 시속 81.4km의 속도로 선행차량과 추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후행차량 기관사 AN이 사망하고, 후행차량 부기관사 AO를 비롯한 다수의 탑승자들이 골절 등 상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선행차량과 후행차량 기차 2대가 크게 파손되었고, 총 49대의 기차 교통이 방해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철도 시설물 검증 시험운행 시행계획에 시험차량의 운행횟수와 운행속도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인지 여부와 이 과실이 실제 추돌 사고 발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관제사(H)의 직무 범위에 시험운행 열차 관제가 포함되는지 여부, 그리고 관제사가 궤도 오류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비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사고와의 인과관계입니다. 셋째, 감리인(J)이 현장에서 무전기(AH)를 통해 선행차량의 정차 사실을 후행차량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사고와의 인과관계입니다. 넷째, 안전관리자(D) 및 입회자(F)의 안전관리 소홀이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사고와의 인과관계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C, E, H, I, L에 대한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피고인 H에 대해서는 원심의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H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됩니다. 피고인 A, B, C, E, I, L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사고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J, K의 항소 및 피고인 D, F, J, K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모두 기각하여, 피고인 J는 벌금 300만 원, 피고인 K는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 형량이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 D, F에 대해서는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판결은 철도 시험운행과 같은 고위험 작업에서 안전 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개별적인 업무상 과실이 실제 사고 결과에 미친 직접적인 인과관계의 입증이 법적 책임 판단의 핵심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사고 발생 직전 비상 상황을 직접 인지하고 대응할 위치에 있던 관제사의 현장 대처 의무와 정보 전달자의 역할이 사고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어 유죄가 선고된 반면, 계획 수립 단계의 미흡함은 사고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주로 적용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상)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업무'는 사회생활에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의미하며,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됩니다. 법령에 명시된 의무뿐만 아니라 약정상, 조리상의 의무도 업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형법 제189조 제2항, 제186조 (업무상과실기차교통방해) 및 제189조 제2항, 제187조 (업무상과실기차파괴)는 업무상 과실로 기차를 파괴하거나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셋째, 철도안전법 제38조 제1항 및 시행규칙 제75조 제3항은 종합시험운행을 실시할 때 시험차량의 운행횟수와 운행속도 등 안전 확보에 필요한 사항이 포함된 시행계획을 철도운영자와 협의하여 미리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험운행의 안전을 위한 중요한 절차적 의무입니다. 넷째,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은 철도교통 관제업무 대상에서 '정상운행 전 신설선 또는 개량선에서의 차량 운행'을 제외하고 있으나, 본 사건에서는 이미 영업운행이 이루어지는 기존선에서의 시험운행이었으므로 관제 업무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되었으며, 설령 법령상 제외된다 하더라도 관제사의 직업상 조리상 안전 배려 의무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당인과관계의 원칙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원인이었을 때만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더라도 그 위반이 없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거나, 적법행위를 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모든 시험운행 계획은 운행횟수, 운행속도, 비상 상황 대응 절차 등을 포함하여 가능한 모든 세부 사항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관련 모든 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해야 합니다. 계획서의 사소한 누락이라도 업무상 과실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안전 관리자는 계획 수립 단계뿐만 아니라 실제 시험운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장의 안전 상황을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하며, 계획의 미흡한 점이나 비상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시정 조치를 취하고 적절한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셋째, 철도 관제사는 시스템 오류나 열차 운행의 비정상적인 징후를 감지했을 때, 비록 매뉴얼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전례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위험을 가정하여 가장 안전한 방향으로 비상 조치를 취할 적극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넷째, 현장에서 열차 운행을 지원하는 감리인이나 기타 관계자들은 선행 열차의 정차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후행 열차에 즉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신호 시스템의 정보와 별개로 인적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업무상 과실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 즉 '상당한 인과관계'를 가지는지 여부가 법적 책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므로, 자신의 업무가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깊이 인지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