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F(망인)는 건설 현장에서 철근팀 소장으로 근무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원고 A, B, C)은 주식회사 D(피고, 원청)를 상대로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라며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행정소송에서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으나 이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피고 D가 망인의 사용자나 사용사업주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D가 하청업체 근로자인 망인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이기는 하나 피고 D에게 망인의 사망에 이를 정도의 과로나 스트레스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망인 F는 2017년 4월 4일부터 2017년 12월 14일까지 주식회사 D가 도급받은 건설 현장에서 철근팀 소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평균 오전 3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에 출근하여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하며 8개월 가까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만성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극심한 온도 변화와 소음 등 유해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었다고 주장되었습니다. 2017년 6월부터 '밥맛이 없고 체중이 감소한다' '기운 없다' '계단 한 층 오르기 힘들 정도로 숨차고 기운 없다'는 등의 증상을 느끼며 여러 차례 병원에 내원했으나 2017년 12월 14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8년 5월 23일 뇌내 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했고 행정소송을 통해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주식회사 D가 사용자로서 또는 도급인으로서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원고 A에게 61,428,571원 원고 B, C에게 각 124,284,276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주식회사 D가 망인 F의 사용자 사용사업주 또는 직접적인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주체로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주식회사 D가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 수급인 근로자인 망인 F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의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망인 F의 사망과 피고 주식회사 D의 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D가 망인 F의 직접적인 사용자나 파견근로관계에서의 사용사업주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망인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피고 주식회사 D가 원청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하도급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지만 망인이 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피고 주식회사 D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피고 주식회사 D에게 망인의 사망에 대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종합적으로 법원은 피고가 원청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이 피고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했음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산업재해 인정과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 인정은 별개의 문제이며 민사상 책임은 해당 주체의 구체적인 과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항상 인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측이 상대방의 고의 또는 과실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 발생 및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건설 현장과 같이 도급 관계가 복잡한 경우 실제 근로자를 지휘·감독하고 안전 배려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하청업체가 직접적인 사용자 책임을 지게 됩니다. 원청이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원청에게 근로자의 재해 발생 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작업 환경이 열악하거나 근로시간이 길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청의 과실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나 사망의 경우 근로자의 건강 이상 징후 병원 진료 기록 근무 형태(출퇴근 기록 업무량) 작업 환경(소음 온도 유해 물질 등) 업무 관련 스트레스 요인(상사와의 마찰 과도한 업무 압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평소에 철저히 기록하고 수집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거들은 사업주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