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 사기
피고인 A는 고수익 투자 사기를 당한 후 투자금을 돌려받으려다 사기 조직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돈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해 전달했다는 혐의(사기방조)로 기소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은 'B'라는 투자 사이트 광고를 통해 피고인의 계좌로 총 5,05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사기 방조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의 배상 신청도 각하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2021년 8월 10일경 고수익 투자를 약속하는 'B' 사이트에 250만 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후 환불을 받기 위해 'C'이라는 업체를 사칭하는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들은 피고인에게 본인 명의 계좌를 통해 다른 투자자들의 돈(피해금)을 받고 그 돈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하여 자신들이 지정하는 전자지갑으로 보내주면 피고인의 투자 손실을 전보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H, G, D, I는 성명불상 사기 조직원의 기망에 속아 2021년 8월 24일부터 27일경까지 피고인의 케이뱅크 계좌로 총 5,050만 원의 투자금을 송금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러한 과정이 사기 범행임을 알면서도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범행을 도왔다며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에게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사기 범행에 이용될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배상신청인들의 모든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사기 범행을 돕는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본인 역시 사기 피해자였으며 수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금을 돌려받으려는 목적이었고 당시 상황과 피고인의 직업 가상화폐 거래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사기 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추적 가능한 본인 명의 계좌를 사용하고 인터넷으로 'C'을 검색해보고 의심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이후 피해액 전액을 변제한 점 등은 방조 고의와 배치되는 정황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배상신청은 모두 각하했습니다.
사기죄의 '범의'(고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 즉 '범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범의는 반드시 확정적인 의도일 필요는 없고 결과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피고인이 이를 자백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 내용 거래 이행 과정 등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방조죄의 성립 요건: 방조죄는 정범(주된 범죄를 실행하는 자)이 범행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실행행위를 쉽게 만들어주는 행위를 할 때 성립합니다. 따라서 방조 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정범의 범행을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구성요건 해당성')에 대한 인식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정범의 범행을 돕는다'는 것은 반드시 적극적인 지원일 필요는 없으며 소극적으로 범행을 방해하지 않거나 범행에 필요한 조건이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유죄 인정의 기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검사가 주장하는 범죄 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질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충분한 증거가 없어 합리적인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사기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기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무죄 판결 공시 (형법 제58조 제2항):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될 경우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배상명령 신청 각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 배상명령은 유죄 판결이 선고될 때 범죄 피해자가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등 범죄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내릴 수 없으므로 신청이 '각하'됩니다.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제안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원금 보장과 비정상적인 고수익을 약속하는 제안은 경계해야 합니다. 본인의 계좌를 통해 타인의 돈을 받고 이를 다시 가상화폐 등으로 전환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행위는 사기 범행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아무리 정당한 목적으로 보일지라도 이러한 금전 이동은 신중해야 합니다. 피해를 입어 손실을 복구하려는 마음이 급하더라도 출처가 불분명한 단체나 개인의 지시를 따르기 전에 반드시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온라인상의 정보(블로그, 유튜브 등)만으로 기업이나 단체의 신뢰성을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사기 조직은 가짜 정보를 그럴듯하게 꾸며 피해자를 속일 수 있습니다. 자신도 사기 피해자라는 생각에 사기 조직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범죄에 연루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