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수억 원의 조세 채무를 지고 있던 자녀 B가 아버지의 사망 후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 지분 2/9를 어머니 A에게 모두 양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한민국(국세청)은 이를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보고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어머니 A가 자녀 B의 채무초과 사실을 알지 못했던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채무자 B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합계 320,179,550원을 납부하지 않아 대한민국(국세청)에 대한 조세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1월 13일 B의 아버지 D가 사망하자, 배우자인 A와 자녀 F, B, G은 2020년 1월 30일 망인 명의의 부동산 전체를 배우자 A의 단독 소유로 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했습니다. 당시 B는 채무초과 상태였으며, 이 협의로 자신의 상속 지분 2/9(부동산 재산 평가액 합계 161,176,756원 중 2/9 지분)를 사실상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은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채권자인 자신을 해함을 알고 사해행위를 했다며, 이 사건 상속재산 분할협의 중 B의 지분 양도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A에게 B에게 해당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도록 청구했습니다.
채무 초과 상태에 있던 자녀 B가 자신의 상속 지분을 어머니 A에게 양도한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이 사건 부동산을 단독 소유하게 된 어머니 A가 B의 채무 초과 사실을 알지 못했던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인 대한민국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 지분을 포기한 행위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수익자인 피고(어머니 A)가 선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망인 D와 피고 A가 40년 이상 혼인 생활을 유지하며 세 자녀를 양육한 점, 피고 A가 경제활동을 통해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 및 유지에 상당 부분 기여한 점, 채무자 B가 독립 후 피고 A와 왕래가 드물었고 피고 A가 B의 채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자녀들 모두가 피고 A의 안정적인 여생을 위해 상속분을 포기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 A 단독 소유로 하는 협의분할을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 A는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사해행위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채권자취소권'과 관련된 사례입니다.
채권자취소권 (민법 제406조 제1항):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채권자를 해함'이란 채무자의 재산이 감소하여 채권자가 충분히 변제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사해행위성: 대법원 판례(2007다29119 등)에 따르면,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여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합니다.
수익자의 악의 추정 및 선의 입증 책임: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수익자(사해행위를 통해 재산을 취득한 자)가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았다는 '악의'는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다는 '선의'를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이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처분행위의 내용과 경위, 거래조건, 객관적인 자료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대법원 2008다74621 등).
제척기간 (민법 제406조 제2항):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가 취소원인(사해행위의 존재 및 채무자의 사해의사)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이때 '취소원인을 안 날'은 단순히 채무자의 재산 처분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사해행위의 존재와 나아가 채무자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함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00다3262 등).
채무가 많은 상태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다른 상속인에게 양보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가 있는 상속인은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신중해야 하며, 자신의 채무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한편, 상속재산을 양수받은 수익자는 채무자의 사해행위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선의'를 입증해야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때 '선의' 여부는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으며, 가족관계나 재산 형성 기여도, 채무자와의 왕래 정도, 처분 행위의 동기 등 여러 객관적인 정황과 증거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상속재산이 주로 배우자의 헌신과 노력으로 형성되었고 자녀들이 그에 대한 보상 또는 부양의 의미로 상속 지분을 포기하는 경우, 수익자의 선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의 제척기간은 채권자가 사해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채무자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음을 안 날로부터 1년이므로, 단순히 등기부등본 확인만으로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