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사건

1994년부터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망인 B씨가 2019년 12월 18일 자택 인근에서 투신하여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씨는 망인이 D고등학교 행정실 근무 중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우울증이 발병하여 자살에 이르렀다며, 2021년 11월 3일 피고(인사혁신처장)에게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22년 3월 22일 공무원 재해보상법령상 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이에 원고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A): 사망한 공무원 B의 배우자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의 취소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람입니다.
• 망인(B): 1994년부터 지방교육행정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9년 12월 18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람입니다.
• 피고(인사혁신처장): 공무원의 순직 여부를 판단하고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의 장입니다.
• 행정실장(E): 망인 B와 D고등학교 행정실에서 함께 근무한 상급자로, 원고 측에서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로 지목했으나 법원은 우호적인 관계였다고 판단했습니다.
• 지방사무 운영서기(M): 망인 B의 하급자로, 원고 측에서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로 지목했으나 법원은 뚜렷한 갈등이나 괴롭힘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N, O: D고등학교 행정실에서 망인 B와 함께 근무한 직원들로,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갈등 정황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분쟁 상황

망인 B는 D고등학교 행정실에서 행정, 회계, 시설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원고는 망인이 행정실장 E와 지방사무 운영서기 M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해 우울증이 발병했고, 이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는 진술서는 D고등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사람들이 작성한 것이 아니며, 구체적인 괴롭힘 내용도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 망인과 행정실장 E 사이의 문자 내용은 오히려 우호적인 관계로 보였습니다.
• M가 결재선에서 망인을 제외한 일이 있었으나, E가 이를 인지하고 M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 외 뚜렷한 갈등이나 괴롭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D고등학교 행정실 내 다른 직원들(N, O)도 망인과 E, M 사이에 특별한 괴롭힘이나 갈등이 없었다고 진술했으며, 오히려 망인이 꼼꼼하고 예민한 성격이었고,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개인적 스트레스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 망인이 '직장을 지옥'이라고 표현한 문자나 직장 스트레스를 호소한 진료기록은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사회평균인이 감수하기 어려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2019년 6월부터 11월까지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8.9시간에 불과했고, 근무형태나 담당업무, 감사 결과에 따른 '주의' 처분, 사무관 승진 준비 등의 사정을 고려해도 업무상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 진료기록상 직무 스트레스 외에도 자녀 분가로 인한 외로움, 자궁 질환, 무월경 등의 개인적 건강 문제와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 기록도 확인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공무원의 자살이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발병 및 악화로 인해 발생한 경우, 공무상 재해로서 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평균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에 해당하여 자살에 이르게 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의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결론

법원은 망인이 D고등학교 행정실 근무 중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원고가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구체적으로 실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망인이 받은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보기도 어렵고, 직무 스트레스 외에 개인적인 요인(자녀 분가, 자궁 질환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망인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순직유족급여 지급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순직유족급여의 지급 요건, 특히 공무원의 자살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관련이 있습니다.

관련 법리 (대법원 판례 인용)​

•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판단 기준: 대법원은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두53941 판결 등)
• '사회평균인이 감수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기준: 다만,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단순히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생했고 그것이 자살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는 상당인과관계를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자의 나이, 성행, 직위, 업무상 스트레스의 긴장도 및 지속시간, 신체적·정신적 상황, 주위 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두2029 판결 등)
• 근로자 기준 및 사회평균인 기준의 적용: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4644 판결 등)

참고 사항

1. 상당인과관계의 입증 중요성: 공무원의 자살이 순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였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2. 직장 내 괴롭힘 증거 확보: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는 경우,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화 기록, 이메일, 메신저 내용, 녹취록, 명확한 목격자 진술 등이 필요하며, 단순한 전언이나 추측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3. 개인적 요인 고려: 자살의 원인을 판단할 때는 업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 가족 관계, 재정 문제 등 다양한 개인적 요인도 함께 고려됩니다. 따라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영향이 다른 요인들보다 현저히 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4. 근무 환경 및 강도: 초과근무 시간, 업무량, 업무 난이도 등 객관적인 근무 환경 자료를 통해 업무 부담이 과중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정신과 진료 기록의 내용: 우울증 등 정신 질환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 정신과 진료 기록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이때 진료 기록에 업무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질병의 정도와 악화 경과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