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LH공사의 강남 공공주택지구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 취소 판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강남구에 ‘E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면서 약 36억 원을 들여 상수도 시설을 직접 설치했습니다. 이후 서울특별시 강남수도사업소장은 LH에 95,053,000원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LH는 이 부과처분이 소멸시효 및 부과제척기간이 지났고, 절차상·실체상 하자가 있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소멸시효 및 부과제척기간 경과와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도법에 따른 사전 협의 절차와 부담금관리법에 따른 고지 절차를 누락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았고, 또한 LH가 이미 자체 비용으로 상수도 시설을 설치했음에도 다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담금관리법상 '이중 부과'에 해당하여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인 강남수도사업소장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분쟁 상황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서울 강남구 일대에 'E보금자리 주택지구'를 지정받아 주택지구 조성 사업(이후 E 공공주택지구 사업으로 명칭 변경)을 시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약 36억 원의 비용을 들여 사업지구 내 상수도 시설(송수관로, 배수지, 가압장 등)을 직접 설치했습니다. 사업 준공 후 약 6년이 지난 2021년 10월, 서울특별시 강남수도사업소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이 사업지구 내 특정 토지(A 외 1필지)에 대해 95,053,000원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부과처분의 시기적 적법성(소멸시효/부과제척기간), 행정 절차 준수 여부(협의, 고지, 이유 제시), 그리고 이미 설치한 시설에 대한 비용 부담과의 이중 부과 여부였습니다.

핵심 쟁점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에 대한 소멸시효 및 부과제척기간 경과 여부, 수도법상 협의 절차, 부담금관리법상 고지 절차,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 준수 여부, 피고의 부과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원고가 이미 자체 비용으로 상수도시설을 설치했음에도 추가 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이중 부과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소멸시효 및 부과제척기간 경과 여부: 피고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 권한은 지방재정법상 소멸시효 대상이 아니며, 수도법 및 관련 조례에 별도의 부과제척기간 규정이 없어 지방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급수공사 신청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되며, 이 사건 처분은 5년 이내에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절차상 하자 존부: 피고가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산정 기준 및 납부 방법 등에 대해 원고와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수도법 제71조 제2항, 시행령 제65조 제1항 위반), 부담금의 산출근거, 감면 요건·방법 및 의견 제출에 관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부담금관리법 제5조 제2항 위반)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처분의 법적 근거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 위반 주장은 기각했습니다.
실체상 하자 존부: 피고가 원고에게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한 사실이 없다고 보아 신뢰보호 원칙 위반 주장은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약 36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이 사건 사업지구 내 상수도 시설을 직접 설치함으로써 수도공사에 필요한 비용을 이미 부담했으므로, 피고의 추가 부과처분은 부담금관리법 제5조 제1항에 위배되는 '이중 부과'에 해당하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서울특별시 강남수도사업소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부과한 95,053,000원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은 수도법상 협의 절차 및 부담금관리법상 고지 절차를 누락한 절차상 하자와 원고가 이미 자체 비용으로 상수도시설을 설치했음에도 다시 부담금을 부과한 이중 부과에 해당하는 실체상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된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수도법 제71조 (원인자 부담 등): 수도사업자는 수도공사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주택단지 등 대규모 수돗물 사용 시설 설치자 포함)에게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으며, 부담금을 부과하기 전에 이를 부담할 자와 '미리 협의'해야 합니다. 이 협의 절차는 행정절차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 이중 부과 방지 등을 위한 필수 절차로 본 사건에서 누락되어 위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 수도법 제71조 제2항의 위임을 받아 원인자부담금의 산정 기준과 납부 방법 등에 대해 부담자와 미리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담금관리법 제5조 제1항 (부과원칙): 부담금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과되어야 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하나의 대상에 이중으로 부과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가 약 36억 원을 들여 직접 상수도시설을 설치한 것이 이미 수도공사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보아, 피고의 추가 부과가 이중 부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처분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부담금관리법 제5조 제2항 (고지 절차): 부과권자는 부담금을 부과할 때 납부 의무자, 법적 근거, 금액, 산출근거, 납부 방법, 감면 요건, 용도, 의견 제출 가능 여부 등을 '미리 알려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산출근거, 감면 요건·방법, 의견 제출에 관한 사전 고지 의무가 누락되었다고 판단하여 절차상 하자를 인정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처분의 이유 제시):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처분 당시 당사자가 처분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절차상 하자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처분의 근거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 이유 제시 의무 위반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 (금전채권의 소멸시효):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부담금 부과 '처분 권한'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고, 처분으로 발생하는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청구권'에 적용되며, 급수공사 신청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지방세기본법 제38조 제1항 (부과제척기간): 조세 부과권 행사에 대한 기간 제한을 규정합니다. 그러나 본 사건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에는 수도법이나 조례에 별도 규정이 없으므로, 지방세기본법상의 부과제척기간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신뢰보호 원칙: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개인이 어떤 행위를 하였고, 그 신뢰에 귀책사유가 없으며, 행정청이 이에 반하는 처분으로 개인의 이익을 침해했을 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가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명한 사실이 없다고 보아 신뢰보호 원칙 위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5두38788 판결: 원인제공자가 협의를 통해 직접 수도시설 공사를 시행하여 비용을 부담한 경우, 추가적인 원인자부담금 부과는 이중 부과에 해당하며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한 선례로, 본 사건의 이중 부과 판단에 중요한 법리로 인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원인자부담금 부과 시 유의점: 대규모 주택단지나 산업시설 등 수돗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자는 상수도 시설 설치에 대한 원인자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협의 절차의 중요성: 수도사업자와 원인자부담금의 산정 기준, 납부 방법 등에 대해 명확하게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이중 부과 문제를 방지하는 핵심 절차입니다.
고지 내용의 확인: 부담금 부과처분서를 받을 경우, 단순한 금액 고지 외에 부담금의 '산출근거', '감면 요건 및 방법', '의견 제출 방법 및 기한' 등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요건이 누락된 경우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중 부과 여부 검토: 사업 시행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상수도시설을 직접 설치했거나, 다른 방식으로 이미 해당 수도공사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 이력이 있다면, 추가적인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가 '이중 부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과거 비용 부담 내역을 철저히 정리하고 보관하여 이중 부과 여부를 적극적으로 다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소멸시효 및 제척기간: 상수도원인자부담금과 같은 공법상 채권의 소멸시효 및 부과제척기간은 일반 민사채권과 다를 수 있으므로, 관련 조례 및 법령을 정확히 확인하여 부과 시점의 적법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본 판례에서는 부과처분 자체에 대한 시효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므로, 부과처분 후의 납부청구권 시효에 주로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