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사단법인 A가 외교부장관에게 2015년 'D 합의'와 관련하여 당시 시민단체 대표였던 B(현 제21대 국회의원)의 면담 기록 등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외교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정보 공개 거부 처분이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보았지만,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 중 외교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일부 정보에 대한 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사단법인 A는 2020년 5월 15일 외교부장관에게 2015년 당시 'D 합의'와 관련하여, 시민단체 C의 상임대표로 재직했던 B(현 국회의원)와 외교부 간의 면담 기록 등 모든 자료와 정보의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이에 외교부장관은 2020년 6월 11일 해당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 즉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사단법인 A는 외교부의 비공개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며, 국가 간의 협의가 아닌 외교부와 시민단체 대표 사이의 면담 내용이 외교적 민감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합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합의 내용이 B에게 전달되었는지 여부, 전달 정도, B의 반응 등 사실관계에 관한 정보 공개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한지 여부 국회의원 B의 외교부 면담 관련 정보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 해당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와 공개 가능한 정보로 분리하여 일부만 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 외교부장관이 2020년 6월 11일 원고에 대하여 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중 '공개 대상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행정처분의 절차적 위법성 주장에 대해, 피고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를 근거로 제시하여 원고가 처분 사유와 근거 법규를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절차적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정보의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의 목적인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국정 투명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공개 사유는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현직 국회의원과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한 정보는 일반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더 넓게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면담 일정, 화제, B의 활동 내역과 같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포함하지 않거나, 포함하더라도 공개로 인한 공익(국민의 알 권리 충족, 소모적 논쟁 방지)이 외교적 국익 손상 우려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비공개 대상 정보인 '외교관계에 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하더라도 공개함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외교부의 내밀한 외교 전략이나 양 당사국 협상 진행 내용 등은 공개될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신뢰 하락 및 향후 외교 활동에 어려움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어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 부분과 공개가 가능한 부분을 분리할 수 있으며, 공개 가능한 부분만으로도 공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아 '공개 대상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을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1조 (목적) 및 제3조 (정보공개의 원칙):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개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법의 취지를 들어 국민의 알 권리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기본권임을 강조하며, 정보 공개가 원칙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 (비공개 대상 정보): 이 조항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외교부장관은 이 조항을 근거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이 비공개 사유의 적용은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국민의 알 권리와 외교관계 등 국가 이익의 정도를 신중하게 비교·교량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현직 국회의원 같은 공적 인물의 활동 내역, 외교부와 시민단체 대표 간의 면담 일정 및 화제 등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 공개로 인한 공익이 국익 손상 우려보다 크다고 보아 이 조항의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나 외교기관의 내밀한 전략이나 양국 협상 진행 내용 등은 공개 시 외교적 신뢰 하락 및 대외 활동 추진에 어려움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어 이 조항에 따라 비공개 대상 정보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두12707 판결 (부분 공개의 원칙): 정보에 비공개 대상 부분과 공개 가능한 부분이 혼합되어 있고, 공개 청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두 부분을 분리할 수 있다면, 공개 가능한 부분만 일부 취소를 명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때 분리는 물리적 분리뿐만 아니라, 비공개 대상 관련 내용 등을 제외/삭제하고 나머지 정보만 공개해도 그 자체로 공개의 가치가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도 면담 자료를 열람·심사한 결과, 외교적 민감 사항과 공적 인물의 활동 내역에 해당하는 부분을 분리할 수 있으며, 공개 대상 정보만으로도 충분한 공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부분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매우 중요하며,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는 사유는 법률에 명시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최소한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는 해당 정보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과 같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현직 국회의원과 같은 공적 인물의 활동 내역이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정보는 일반인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더욱 폭넓게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가 민감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이 섞여 있는 경우, 비공개 대상 부분과 공개 가능한 부분을 분리하여 일부만을 공개하는 '부분 공개'가 가능합니다. 이때 공개되는 부분만으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사실관계에 기반한 논의를 가능하게 할 충분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막연하게 법 조항만을 들어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비공개 사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