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 후 장해등급 재결정이 이전 판결 취지에 어긋난 경우

원고는 1993년 업무 중 사고로 허리 부상을 입고 요양 후 장해등급 제9급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재수술 등 재요양을 받고 좌측 발목과 엄지발가락의 운동 제한이 남았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다시 청구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7년 4월 4일 원고의 장해등급을 준용 제8급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의 좌측 발목과 엄지발가락 운동 제한도 장해로 인정되어야 한다며 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18년 10월 12일 '원고의 천추 제1번 신경근에 손상이 있고 이로 인해 좌측 엄지발가락의 척굴 운동 제한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 확정판결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3월 20일 원고의 장해등급을 조정 제7급으로 다시 판정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이 이전 확정판결의 취지를 따르지 않고 좌측 엄지발가락 관절 운동에 대한 장해등급 판정을 누락했다며 이 재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1993년 업무상 재해로 허리 부상을 입고 요양 및 수술을 거친 후, 자신의 장해등급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람.
• 피고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장해등급을 결정하고 장해급여를 지급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기관.

분쟁 상황

이 사건은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 A씨의 장해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재요양 후 장해등급을 다시 결정했으나, A씨는 특정 신경 손상으로 인한 신체 부위의 운동 제한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이후 재처분을 할 때 이전 법원 판결의 구속력 있는 판단을 따르지 않고 다른 근거를 들어 장해등급을 결정함으로써 다시 법적 다툼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핵심 쟁점

이전 법원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 판단(원고의 천추 제1번 신경근 손상 및 이로 인한 좌측 엄지발가락 운동 제한)이 새로운 장해등급 결정 처분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지 여부.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새로운 장해등급 결정 처분이 이러한 법적 구속력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19년 3월 20일 원고에 대하여 한 장해등급결정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에 관련된 모든 비용은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이전 확정판결의 이유 중 '원고의 천추 제1번 신경근이 이환되었고 이로 인해 좌측 엄지발가락의 운동제한이 발생했다'는 판단은 단순히 간접 사실이 아니라 처분의 구체적 위법 사유에 관한 판단을 이루는 것으로 기속력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새로운 처분을 하면서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 반하는 사유를 들어 장해등급을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근로복지공단의 장해등급 결정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률과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취소판결의 기속력)​

•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 행정청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이는 법원이 어떤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행정청은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행동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는 의미입니다.
• 즉, 행정청은 취소된 처분과 동일한 위법을 반복해서는 안 되며, 판결이 인정한 위법 사유를 제거한 후 다시 처분을 해야 합니다.

2. 기속력의 범위

• 기속력은 단순히 판결의 '주문' 즉, 최종 결론(예: '처분을 취소한다')에만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 판결이 해당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 중의 판단' 즉, 위법 사유와 그 전제가 되는 사실 관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도 미칩니다.
•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전 확정판결의 이유 중 '원고의 천추 제1번 신경근이 이환되었고 이로 인해 좌측 엄지발가락의 운동제한이 발생했다'는 판단이 단순한 보충적 설명이 아니라,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사실 인정으로서 기속력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새로운 장해등급 결정 처분을 하면서 이전에 법원이 인정한 신경근 손상 사실과 그로 인한 운동 제한이 없다는 전제에서 처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3. 행정청의 재처분 의무

• 취소 판결이 확정되면 행정청은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원고의 신청을 받아들이거나,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다른 적절한 처분을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 만약 행정청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재처분을 할 경우, 그 재처분은 위법한 처분이 되어 다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이전 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 행정청이 재처분을 하는 경우, 해당 재처분이 이전 판결의 취지와 내용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이전 판결에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된 구체적인 사유나 전제가 되는 사실 관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행정청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법적 구속력(기속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행정청이 재처분 시 새로운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전 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이전 판결에서 이미 확정된 사실 판단을 변경한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위법한 재처분이라고 판단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여야 합니다. 불복 시에는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