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사망사고 영업정지처분 취소 판결

한국수자원공사의 상수도관 개량 공사(B공사)를 수행하던 A 주식회사의 하도급 업체 근로자 2명이 밀폐된 관로 내부에서 발전기 사용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서울특별시장(피고)은 A 주식회사에 대해 '토목건축공사업' 전체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특히 사고가 발생한 '토목공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토목건축공사업' 전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토목건축공사업'은 '토목공사업'과 '건축공사업'의 복합업종으로 볼 수 있으며,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토목공사업'에 한정하여 영업정지 처분을 해야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A 주식회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한국수자원공사의 'B공사'를 공동수급체의 대표로서 수행한 건설업체
• 피고 서울특별시장: A 주식회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
• 사망 근로자 M, N: 하도급업체 G 소속으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근로자들
• 하도급업체 G 주식회사: A 주식회사로부터 상수도관 개량 공사 중 'H 구간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한 업체
• 하도급업체 I 주식회사: A 주식회사로부터 상수도관 개량 공사 중 'J 구간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한 업체
• F: 원고 A 주식회사 소속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 K: 하도급업체 G 주식회사 소속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 P: 하도급업체 G 주식회사 소속 작업반장

분쟁 상황

한국수자원공사의 상수도관 개량 공사(총 공사대금 782억 8천만 원, 공사 기간 2013년 6월 25일~2017년 9월 30일)를 수주한 A 주식회사는 하도급업체 G에 H 구간 공사를 맡겼습니다. 2015년 9월 23일, G 소속 일용직 근로자 M(58세)과 N(57세)이 H 구간 공사 현장의 상수도관(17번 작업구) 내부에서 물을 빼는 작업 중 가동 중인 발전기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이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전기를 사용하면서 환기 및 안전 조치가 미흡하여 발생한 중대재해였습니다. 관련 형사 재판에서는 A 주식회사와 현장소장 F 등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서울특별시장(피고)은 2018년 7월 27일 A 주식회사에 대해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에 근거하여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영업정지 처분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입법예고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무효인지 여부. 둘째, 처분 기준이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영업정지 처분만 가능하게 하여 위헌·무효인지 여부. 셋째, 청문 절차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절차적 위법이 있는지 여부. 넷째, 원고 A 주식회사에게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귀책사유)이 인정되는지 여부. 마지막으로, 사고가 발생한 '토목공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원고가 등록한 '토목건축공사업' 전체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 또는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반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2018년 7월 27일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하여 한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비용은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건설업체의 사망사고 발생에 따른 영업정지 처분에 있어, 처분의 근거 법령의 유효성, 절차 준수 여부, 처분 사유의 존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특정 사업 분야(토목공사업)와 건설업체가 등록한 전체 사업 분야(토목건축공사업) 사이의 영업정지 범위 설정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통해,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 원칙에 근거하여 처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행정처분의 범위가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와 비례해야 하며,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행정법적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토목공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토목건축공사업 전체에 영업정지를 명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중대재해 정의): 근로자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하는 등 중대한 재해를 '중대재해'로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근로자 2명이 사망하여 중대재해에 해당했습니다.2.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안전상의 조치): 사업주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밀폐공간 작업 시 유해가스 중독 위험에 대한 사전 예방 조치(환기, 농도 측정 등)는 사업주의 핵심 의무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해당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3.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건설업자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를 발생시켜 고용노동부장관이 영업정지를 요청한 경우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행정청에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 중 선택할 재량을 부여하는 규정입니다.4.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 [별표 6] (처분기준): 법 제82조 제1항 제7호 위반 시 2명 이상 5명 이하가 사망한 중대재해의 경우 3개월의 영업정지 기간을 정하고 특정 사유(이 사건과 같이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가 아닌 영업정지 처분만을 하도록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처분기준이 법규명령으로서 행정청을 구속하지만 시행령 제80조 제2항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을 가중 또는 감경할 재량은 있다고 보았습니다.5. 행정절차법 제41조(입법예고) 및 법제업무운영규정 제14조 제3항: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 등을 제정·개정할 때는 입법예고를 해야 합니다. 다만 오기 수정 등 예고의 필요가 없거나 곤란한 예외 사유도 인정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기준의 변경은 오기 수정에 불과하여 입법예고 절차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6. 행정절차법 제22조(청문): 행정청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청문을 하거나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실질적인 청문 절차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7. 과잉금지 원칙: 행정처분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이 공익보다 현저히 커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토목건축공사업'에 대한 전체 영업정지가 위반행위와 무관한 '건축공사업'의 영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8. 평등 원칙: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근거를 둔 평등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법원은 '토목건축공사업' 등록 업체와 '토목공사업' 및 '건축공사업'을 각각 등록한 업체가 동일한 위반행위에 대해 영업정지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로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9. 형사판결의 사실인정 구속력: 행정재판이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확정된 형사판결의 유죄 사실은 강력한 증거 자료가 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원고 A 주식회사의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귀책사유가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안전보건조치 철저: 건설 현장에서 밀폐공간 작업 시 유해가스 농도 측정, 환기 장치 설치, 안전 장비 비치, 근로자 교육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모든 안전보건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특히 하도급 업체 근로자의 안전 관리에도 원청의 책임이 있으므로 하도급 업체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지 면밀히 감독해야 합니다.2. 재해 발생 시 대응: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므로 사고 원인 조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피해자 보상 등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중요합니다.3. 행정처분 대응: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처분의 근거 법령, 절차적 적법성, 처분 사유의 존재 여부,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 구제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4. 처분 범위의 중요성: 특히 건설업과 같이 여러 업종을 겸하는 경우 위반 행위가 발생한 특정 업종에만 처분이 제한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등록된 전체 업종에 처분이 미치는지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중요합니다. 이 판결은 '토목건축공사업'의 경우 위반행위가 발생한 '토목공사업'에 한정하여 영업정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으므로 유사 사례에서 처분 범위의 적정성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5. 사전 예방 및 준법 노력: 회생 절차를 거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기업일수록 한 번의 중대재해와 그로 인한 행정처분이 기업 존립에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평소 법규 준수 및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