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백화점 붕괴 사고 구상금 및 손해배상 판결

K백화점 건물 붕괴 사고는 건축주, 시공사, 설계사, 구조 기술사 및 인허가 관청의 복합적인 과실로 발생했습니다. 사고 후 백화점 소유 회사인 A 주식회사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자신의 과실을 제외한 나머지 책임자들(E 주식회사, 현장 소장 G, 건축사 H, 구조 기술사 I, 서울특별시 D구)에게 구상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각 당사자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A 주식회사의 구상금 청구와 건물 멸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원고들의 영업 손실 및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특히 D구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인허가 행위와 사고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D구도 책임을 지게 되었으나 서울시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K백화점 소유 및 운영사):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후 피고들에게 구상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 회사입니다.
• B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회장 겸 K백화점 회장), C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상무 겸 K백화점 사장): K백화점 건축 계획, 인허가, 시공, 관리 유지, 사고 당일 대응 전 과정에 걸쳐 과실이 인정된 인물들입니다.
• E 주식회사 (정리회사 주식회사 E의 관리인 F): K백화점 골조 공사를 도급받아 시행한 건설회사로, 현장 소장 G의 사용자로서 민법상 책임을 집니다.
• G (E의 현장 소장): K백화점 신축 공사 현장 소장으로 골조 공사를 총괄 지휘·감독했으며, 부실 시공의 잘못이 인정된 인물입니다.
• H ("N"를 경영하는 건축사): K백화점 건물에 대한 설계 및 감리를 담당했으며, 설계 및 감리 과정의 과실이 인정된 인물입니다.
• I ("O"를 경영하는 건축 구조 기술사): K백화점 건물 신축 당시 구조 계산을 담당했으며, 구조 계산 및 안전 점검 과정의 과실이 인정된 인물입니다.
• 서울특별시 D구: K백화점 건물의 신축 및 사용 인허가, 도소매업 개설 승인 업무를 담당했던 지방자치단체로, 소속 공무원들의 과실이 인정되어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 서울특별시: 백화점 개설 허가 및 매장 증설 업무를 담당했던 지방자치단체이지만, 본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K백화점은 당초 쇼핑센터 용도로 건축 계획을 수립했으나, 실제로는 대규모 백화점으로 무단 증축 및 용도 변경을 반복하며 건설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E)는 철근 배근 불량, 슬래브 두께 미달 등 부실 시공을 하였고, 건축사(H)는 설계 및 감리를 소홀히 했으며, 구조 기술사(I)는 구조 계산 오류와 안전 점검 시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원고 회사(건축주)는 5층을 운동 시설에서 식당가로 무단 변경하고, 지붕에 냉각탑을 무리하게 설치·이전하는 등 유지 관리에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더욱이 서울특별시 D구 소속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고 불법적인 설계 변경 승인, 가사용 승인, 준공 검사 등을 묵인하거나 도와주어 이러한 부실을 용인했습니다. 1995년 6월 28일 밤부터 29일 새벽까지 건물 5층에서 붕괴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B, C 및 피고 I는 적절한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1995년 6월 29일 17시 57분경 K백화점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어 502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대규모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후, 다른 책임자들에게 구상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K백화점 붕괴 사고의 책임 소재와 각 당사자별 과실 분담 비율을 확정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건축주(원고 회사), 시공사(E), 설계사 및 감리자(H), 구조 기술사(I)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 여부와 범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D구, 서울시) 공무원들의 부실한 인허가 행위가 사고 발생에 기여했는지 여부 및 그 책임이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원고 A 주식회사의 다른 공동 불법행위자들에 대한 구상금 청구의 적법성 및 범위, 원고 회사의 재산상 손해(건물 멸실, 영업 손실)와 원고 B, C의 정신적 손해(위자료)에 대한 배상 청구의 인정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K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한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 분담 비율을 원고측(A 주식회사, B, C) 70%, E측(E 및 피고 G) 10%, 피고 H 5%, 피고 I 5%, D구 10%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A 주식회사가 지급한 보상금 중 자신의 과실 분담 비율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피고들(E, G, H, I)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E 주식회사에 대해 36,567,233,314원의 정리 채권을 확정하고, 피고 G은 E과 연대하여 해당 구상금을, 피고 H와 I는 각 18,283,611,657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한 건물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금 2,947,938,300원에 대해서도 피고 G, H, I는 E과 연대하여 A 주식회사에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A 주식회사의 영업 손실에 대한 청구와 원고 B, C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서울시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론

법원은 K백화점 붕괴 사고의 책임이 건축주, 시공사, 설계·감리자, 구조 기술사, 그리고 인허가 과정에서 부실을 용인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여러 관계자에게 복합적으로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백화점 소유 회사인 A 주식회사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후 다른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한 것은 인정되었으나, 회사의 높은 과실 비율(70%)이 책정되었고, 추가적인 영업 손실이나 개인적인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는 대규모 재난 사고에서 다수 당사자의 복합적인 책임과 함께, 인허가 관청의 공무원들의 부실한 행위도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판결은 다양한 법률적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1. 공동 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60조): 여러 사람의 과실이 경합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공동 불법행위자들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K백화점 붕괴 사고는 건축주, 시공사, 설계사, 감리자, 구조 기술사, 그리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므로, 이들 모두 공동 불법행위자로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2.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타인을 고용하여 일을 시키는 자는 피용자가 업무 수행 중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E 주식회사는 현장 소장 G의 사용자로서, 서울특별시 D구는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3. 대표이사의 책임과 법인의 책임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직무상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대표이사 본인뿐만 아니라 주식회사도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이는 부진정 연대채무 관계에 해당하며, 원고 A 주식회사는 대표이사 B, C의 과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4. 구상권: 공동 불법행위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책임 비율을 초과하여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여 다른 공동 불법행위자들을 공동 면책시킨 경우, 초과 지급액에 대해 다른 책임자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 중 자신의 과실 비율을 넘는 부분에 대해 피고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 인정되었습니다.
5. 손해배상의 범위 (민법 제393조, 제763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한정되며,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건물 멸실에 대한 손해액을 사고 당시의 교환 가치(시가)로 산정하였으며, 이 시가에는 통상적인 사용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 이익이 포함된다고 보아 별도의 영업 손실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6. 위자료의 인정 기준: 일반적으로 재산적 손해가 배상되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며, 재산적 손해배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특별한 정신적 손해가 있고 가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될 때만 위자료가 인정됩니다. 원고 B, C의 위자료 청구는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이 스스로의 불법행위에 따른 대가로 판단되어 기각되었습니다.
7.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와 국가배상책임 (국가배상법 제2조):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가 공공의 이익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때,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D구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인허가 행위와 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D구가 책임을 지게 된 반면, 서울시 공무원들의 개설 승인 업무는 건물의 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8.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금전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에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다투는 경우, 판결 선고일 이후부터는 연 2할 5푼의 높은 지연손해금 이율이 적용됩니다.

참고 사항

대형 건축물을 계획하거나 시공, 관리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유의해야 합니다.

1. 철저한 계획 및 설계: 특수 구조나 대규모 건축물은 초기 계획 단계부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모든 변경 사항에 대해 구조 안전성 검토를 선행해야 합니다.
2. 정확한 시공 및 감리: 시공사는 설계 도면과 시방서에 따라 정확하게 시공해야 하며, 감리자는 현장에 상주하며 공정 전반을 철저히 감독해야 합니다. 특히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슬래브 두께 등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더욱 세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3. 구조 기술사의 역할: 구조 계산은 건물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이므로, 정확하게 수행되어야 합니다. 용도 변경 등으로 하중 조건이 달라질 경우 즉시 재계산 및 설계 반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4. 철저한 유지 관리: 건물 준공 후에도 용도 변경, 시설물 설치·이전 등으로 인한 하중 변화가 예상될 경우 반드시 구조적 보강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건물의 균열, 침하 등 이상 징후 발생 시에는 즉시 전문가의 정밀 진단을 받고, 붕괴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영업 중단 및 대피 등 인명 피해 방지 조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5. 공무원의 책임: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건축 법규를 엄수하고, 불법적인 건축 행위에 대해 묵인하거나 편의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직무상 과실은 대형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지자체 또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6. 공동 불법행위와 구상권: 여러 당사자의 복합적인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고 한 당사자가 자신의 과실 비율을 넘어 손해를 배상했을 경우, 초과 지급액에 대해 다른 공동 불법행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7. 손해배상의 범위: 건물 멸실과 같은 재산적 손해는 사고 당시의 교환 가치(시가)로 산정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상 영업 이익 손실이나 정신적 위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신의 불법행위로 초래된 고통에 대해서는 타인에게 배상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