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망인 G의 부모인 원고 A과 B는 피보험자인 자녀 G가 사망하자 보험금 수익자로서 D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 보험회사는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망인이 중증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다고 판단하여,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들에게 각 95,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G는 만 22세의 대학생으로, 2019년 9월부터 남자친구와 교제하다가 같은 해 12월 헤어진 후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 불안감 등을 겪었습니다. 2019년 12월 C심리치료센터에서 기질 및 성격검사 결과 불안, 강박감, 우울감 등의 척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고, 2020년 1월까지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망인은 휴대전화에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기록한 음성 녹음과 메모를 남겼으며, 진료기록 감정 결과 고도의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었고 사망 직전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의견이 나왔습니다. 2020년 6월 27일 자택에서 비닐봉투를 머리에 쓰고 사망한 채 발견되자, 부모인 원고들은 상속인으로서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 보험회사는 고의적 자살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보험자인 망인 G의 사망이 보험계약 약관상 보험회사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D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원고 A과 B에게 각각 95,000,000원씩, 총 190,000,000원과 이에 대해 2020년 12월 2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남자친구와의 교제 기간 동안 겪은 학대와 이별 후 겪은 고도의 우울증이 호전되지 않아 판단 능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보험계약이 보장하는 '상해로 인한 사망사고'에 해당하며,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자살이 보험자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상법 제659조 제1항 (보험자의 면책사유) 및 상법 제732조의2 (사망보험계약에 관한 특별규정) 상법은 사망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규정의 입법 취지는 피보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를 의미하며,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 즉, 고의적인 자살이 아닌, 정신적 장애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판단 기준 대법원은(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의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른 경우, 보험계약상 자살로 인한 면책 조항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도록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망인이 사망 당시 어떠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그 발병 시기, 진행 경과, 정도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의료 기록, 진료 기록, 심리 상담 기록 등이 중요합니다. 둘째, 정신과 의사 또는 심리학자 등 전문가의 감정 의견을 통해 망인의 정신 상태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정도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셋째, 망인의 평소 성격, 생활 태도, 주변 상황, 사망 전후의 행태, 유서나 메모 등을 통해 고의성 없는 사망이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종합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거들을 통해 망인이 자기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행한 자살이 아니라, 정신질환으로 인해 스스로를 해할 수밖에 없었던 상태였음을 법원에 소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