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 비밀침해/특허
온라인 아동복 회사인 주식회사 H의 디자인실장 B는 남편 A와 공모하여 회사 영업비밀 자료를 유출하고, 다른 직원 C, D, E도 각자 회사 자료를 무단 반출했습니다. 이들은 A가 설립한 ㈜F에 입사하여 유출한 영업비밀(상품기획안, 디자인 작업지시서, 상품매출자료)을 활용해 경쟁 아동복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F가 소송을 당하자 이들은 ㈜G으로 옮겨 계속해서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해 사업을 이어갔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 B, C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를 선고하고, 피고인 D, E 및 법인 ㈜F, ㈜G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일부 이메일 증거는 압수수색 절차상 위법이 인정되어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으나, 다른 증거들을 통해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온라인 아동복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주식회사 H에서 디자인실 실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 B는 남편 A와 함께 경쟁 아동복 사업을 계획했습니다. B는 퇴사 전 피해회사의 핵심 영업비밀인 상품기획안, 디자인 작업지시서, 상품매출자료 등 1,027개의 파일을 개인 저장장치에 유출했습니다. 피고인 C, D, E 역시 각자 퇴사하면서 영업비밀 자료를 무단 반출했습니다. 이들은 A가 설립한 ㈜F에 입사하여 유출된 영업비밀을 이용해 ‘K’ 브랜드를 출시하며 경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F가 피해회사로부터 소송 및 채권 가압류 조치를 당하자, 피고인 A 등은 A가 과거 재직했던 ㈜G에 아동복 사업본부를 설립하여 사업을 이어갔고, ‘L’, ‘M’, ‘N’ 등의 브랜드를 출시하며 계속해서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했습니다. 이에 피해회사가 이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피고인들이 유출하고 사용한 자료(상품기획안, 디자인 작업지시서, 상품매출자료)가 ‘영업비밀’ 및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부정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들 간의 공모 및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 법인들이 직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 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양벌규정 적용), 그리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와 증거 수집의 적법성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 B에게 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300시간을, 피고인 C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D에게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E에게 벌금 700만 원, 피고인 주식회사 F에게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주식회사 G에게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또한 벌금 미납 시 노역장 유치를 명했습니다. 다만, 일부 이메일 압수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판단하여 증거능력을 배제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취득하고 사용하여 자신들의 사업에 이용함으로써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업비밀의 요건(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 충족되었고, 피고인들의 공모 및 부정한 이익 추구 목적도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의 중요성과 직원들의 윤리적 책임, 그리고 기업의 관리 감독 의무를 강조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또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절차가 적법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본 판결은 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과 '형법'의 업무상 배임 조항을 적용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정의): 이 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합니다. 판결에서는 피해 회사의 상품기획안, 디자인 작업지시서, 상품매출자료가 이 세 가지 요건(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모두 충족하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불특정 다수인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경제적 가치'는 경쟁 우위를 얻거나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합니다. '합리적인 노력에 의한 비밀 유지'는 비밀 표시, 접근 제한, 비밀유지 의무 부과 등 객관적인 관리 노력을 의미하는데, 피해 회사가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보안 시설 등을 통해 비밀을 관리했음이 인정되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판결은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을 자신들의 아동복 사업에 활용한 행위가 영업비밀의 본래 사용 목적에 따라 상품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에 이용한 것이므로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고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었음도 인정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 (업무상 배임) 및 제365조 (업무상 배임죄의 가중처벌):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판결은 피고인 B, C, D, E가 피해 회사 직원으로서 영업비밀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배하여 무단으로 반출한 행위, 그리고 퇴사 후에도 이를 이용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8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합니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판결은 ㈜F와 ㈜G이 직원들의 영업비밀 부정 사용 행위를 방지하거나 관리 감독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아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압수수색 절차 및 영장주의): 형사소송법 제215조 등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하며, 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제시되어야 하고, 압수물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판결은 이메일 압수 과정에서 영장 원본 제시 및 압수물 목록 교부 절차가 누락된 점을 들어 해당 이메일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다만, 다른 유효한 증거들과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2차적 증거(이메일 압수 결과에 기초한 피의자 신문 등)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