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실에 내원한 52세 환자가 진료 기록 및 엑스레이 확인 소홀로 인한 진단 지연과 부적절한 처치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사망했습니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의사 B와 응급실 책임 전문의 A는 환자의 문진기록, 진료차트,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지 않은 채 구두 보고에만 의존하여 진료를 진행했습니다. 환자 상태 악화 후 기도삽관이 세 차례 실패하고 뒤늦게 윤상갑상막절개술이 시행되었으나 이미 산소 공급 지연으로 인한 뇌손상이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두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하여 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F는 2014년 3월 21일 21시 38분경 서울 서초구 D병원 응급실에 호흡곤란 증세로 내원했습니다. 초기 진료를 담당한 레지던트 E에 이어 피고인 B과 응급실 책임자인 피고인 A이 순차적으로 피해자를 진료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B과 A은 피해자의 문진기록, 진료차트, 그리고 목 부위 엑스레이 사진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이전 진찰자의 구두 보고에만 의존하여 진료를 진행했습니다. 호흡곤란이 악화되자 피고인 A과 B은 기도삽관을 3회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뒤늦게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행했습니다. 결국 산소 공급 지연으로 피해자는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게 되었고, 같은 해 10월 30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피해자 유족들은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사망을 주장하며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들이 응급상황에서 환자의 기존 진료기록, 문진기록, 엑스레이 사진 등을 확인하지 않고 진료한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이러한 업무상 과실이 피해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피고인 A은 응급상황임을 주장하며 기록 확인 소홀이 과실이 아니거나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과 B에게 각각 금고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하여 실제 수감되지는 않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과 B이 의료인으로서 진료 기록 및 영상 자료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적절한 진단과 처치를 지연시켰고, 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여 유예된 금고형을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1.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치사상): 이 조항은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타인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업무'를 수행하던 중,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진료 기록(문진기록, 진료차트,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해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업무상 과실'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과실로 인해 피해자의 급성 후두개염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해 산소 공급이 지연되었고, 결국 피해자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을 적용했습니다.
2.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이 조항은 두 명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저질렀을 때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피고인 A과 B은 각자의 역할(레지던트, 전문의 및 책임자)에서 진료 기록 확인을 소홀히 하고 부적절한 처치를 지시하거나 시행함으로써,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함께 기여했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두 피고인 모두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았습니다.
3.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의 요건): 이 조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경우,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와 결과, 그리고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년에서 5년 사이의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면서도, 병원 측이 민사상 배상 의무를 이행한 점 등 여러 양형 조건들을 참작하여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이는 피고인들이 즉시 수감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죄를 짓지 않고 성실히 생활하면 형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응급상황에서도 의료진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환자의 모든 진료 기록과 영상 자료를 철저히 확인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합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응급실 내원 시 환자의 증상 변화, 중요한 과거 병력, 알레르기 유무 등을 의료진에게 상세하게 알려야 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급성 증상이 나타날 경우, 다양한 진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속한 검사와 지체 없는 적절한 처치 및 시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거나 기존 처치가 효과가 없을 때에는 즉시 추가적인 정보 확인과 다른 치료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진료기록은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되므로 모든 진료 과정과 판단 근거를 상세히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