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피고(미성년자)의 어머니가 보험계약 체결 전 피고가 혈소판증가증 의심 소견을 받았으나 보험청약서에 이를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고가 해당 질병으로 확정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자 원고(보험회사)는 보험 책임 개시 전 발병 및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확정 진단 시점은 보험 책임 개시 후이며 고지의무 위반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다고 반소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보험사고는 '진단확정' 시점이며 보험 계약 전 의심 소견만으로는 무효가 아니고,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2015년 2월 23일, 어머니 D은 당시 11세였던 딸 B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원고 보험회사와 체결했습니다. 보험 계약 하루 전인 2015년 2월 22일, B는 잦은 설사와 복통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혈액검사 결과 혈소판 수치가 1,578,000/uL로 측정되어 '혈소판증가증 소견' 진단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저녁, 의사는 B의 부모에게 '본태성 혈소판증가증'의 가능성, 증상 및 치료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D은 보험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 B는 2015년 2월 27일 다른 병원에서 '본태성 혈소판증가증'으로 확정 진단을 받았고, 이 질병은 보험계약상 암에 해당했습니다. 이후 2015년 3월 3일부터 B는 항암제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5월 26일, B 측은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원고 보험회사는 보험책임 개시 전 질병 발병 및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2016년 9월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피고는 보험금 지급 반소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보험 계약 체결 전 발생한 질병 '의심 소견'이 보험계약 무효 사유인지 여부와 보험금 지급 사유를 '질병 발병'으로 볼 것인지 '질병 확정진단'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보험 계약 전 '알릴 의무'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혈소판증가증 '의심 소견'이 포함되는지 여부와 보험계약자에게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보험회사)의 본소 청구(채무부존재확인)를 기각하고, 피고(미성년자)의 반소 청구(보험금 지급)를 인용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82,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6년 11월 2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보험계약 약관상 보험금 지급사유는 '질병의 확정진단'이며, 피고가 보험 계약 체결 전 '혈소판증가증 소견'을 받았으나 이는 확정진단이 아니므로 보험계약이 상법 제644조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 측이 당시 장염을 앓고 있었고 혈소판증가증 소견이 반응성일 가능성이 높았으며, 이전에 특이 병력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고지의무 대상이라는 인식이 부족했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보험계약 해지는 부적법하며, 피고는 확정진단 및 항암 약물치료를 받았으므로 보험계약의 보장내역에 따라 보험금 82,000,000원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례는 주로 세 가지 법률적 쟁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 상법 제644조(보험계약의 무효)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무효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 약관상 보험금 지급 요건이 '질병의 확정진단'이므로, 계약 전 단순히 '질병 발병 가능성'만으로는 이 조항에 따라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보험사고 발생 시점을 약관에 명시된 '확정진단' 시점으로 보았습니다. 둘째, 상법 제651조(고지의무)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시 중요한 사항을 사실대로 보험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합니다. 법원은 피고의 '혈소판증가증 소견'이 고지의무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셋째, 상법 제651조의2(질문표의 효력)는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보험 청약서의 질문 사항들이 이에 해당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중요한 사항에 대한 질문에 사실과 다르게 답했다는 것만으로는 보험계약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중대한 과실'은 현저한 부주의로 중요한 사항의 존재를 몰랐거나 그 중요성 판단을 잘못한 경우를 의미하며, 그 증명 책임은 보험자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측이 당시 장염을 주된 증상으로 여겼고, 의사로부터 혈소판증가증 소견이 반응성일 가능성을 설명 들었으며, 희귀 질환의 특성상 일반인이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보험 가입 전에는 현재 앓고 있거나 진단받은 질병, 검사 소견 등에 대해 보험사에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의심 소견'이나 '정밀 검사 권유' 수준이라도 고지 의무 대상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청약서 질문에 대해 신중하게 답변해야 합니다. 고지의무 위반 여부는 보험계약자가 고지할 사항의 존재와 그 중요성을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리지 않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쉽게 알기 어려운 의학적 소견이나 초기 진단 단계에서는 고의나 중과실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험 약관은 평균적인 고객의 입장에서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약관 내용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질병 발병'과 '진단 확정' 등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금 지급 사유가 '진단확정'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질병이 계약 전에 발병했더라도 '확정진단' 시점이 계약 이후라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