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 환자 척추 수술 후 사망 의료 과실 사건

루푸스 환자에게 척추 수술을 시행한 의사가 수술 후 환자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항소심에서 원심과 동일하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입니다. 검사는 의사가 아스피린 중단 기간, 수술 전 혈액응고기능 검사 및 혈소판 수치 관리, 수술 후 수혈 준비와 출혈량 확인 등에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의사의 행위가 일반적인 의료 기준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환자의 사망과 의사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E병원 소속 정형외과 전문의로, 피해자 F의 척추 수술을 집도함
• 피해자 F: 51세 여성으로,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척추 수술 후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함
• 검사: 피고인 A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하고 항소한 당사자

분쟁 상황

피해자 F는 평소 루푸스 질환을 앓고 있어 혈소판 감소증세와 약화된 혈관벽으로 출혈 시 지혈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복용 중이었고, 수술 당일 혈소판 수치가 정상보다 현저히 낮은 79,000개로 확인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다음과 같은 과실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1. 아스피린 복용 중단 지시를 수술 2일 전으로 너무 늦게 한 과실 (일반적으로 7~10일 전 중단 권고).
2. 수술 당일 혈소판 수치 감소를 확인했음에도 추가 혈액 응고 기능 검사를 시행하거나 혈소판 보충 후 수술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수술을 강행한 과실.
3. 루푸스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술 전후로 혈소판 및 혈액응고인자 수혈 등을 미리 준비해 두지 않고, 수술 후 피해자의 출혈량을 지속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 이러한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수술 후 발생한 출혈이 지혈되지 않아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검사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의 사실들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아스피린 중단 시기가 늦었어도 수술 전날 혈소판 응집 능력 검사 결과가 정상 범위 내였으므로, 아스피린 중단 시기가 출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5. 혈액 응고 기능 검사는 출혈 소인이 의심되지 않는 한 반드시 수술 전에 실시해야 하는 검사가 아니며, 피고인은 수술 2개월 전의 검사 결과를 참고했고, 아스피린은 혈소판 기능에 영향을 주지만 혈액 응고 인자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6. 일반적인 수술의 경우 혈소판 수가 50,000개를 넘으면 큰 문제가 없고, 고위험 수술이라도 혈소판 수혈로 반드시 100,000개 이상으로 유지시켜야 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에 달렸다. 피해자 수술 중 출혈량도 특별히 많지 않았으며 혈소판 수치가 50,000개 이하가 아니었으므로 혈소판 수혈이 즉시 필요했던 상황이 아니었다.
7. 병원은 자체 혈액원을 운영하여 필요시 30분 이내에 수혈용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수술 직후 지속적인 대량 출혈이 예상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8. 수술 후 담당 레지던트와 간호사가 피해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했고, 출혈 확인 후 즉시 혈액 주문, 수액 주입, 압박 조치, 긴급 수혈 및 심폐소생술 등 필요한 조치를 지연 없이 취했다.
9. 피해자 사망의 주원인은 기왕증인 루푸스 및 스테로이드 치료에 따른 혈관벽 약화로 인해 혈관이 쉽게 손상되고 지혈이 잘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

정형외과 전문의가 루푸스 환자에게 척추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 및 수술 후 조치에서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결론

피고인인 정형외과 전문의는 루푸스 환자의 척추 수술 후 사망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요구합니다.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업무상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는 해당 시점의 의학적 지식, 기술, 병원의 설비, 환자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2. 주의의무 위반(과실)​: 의사가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의료 행위가 부적절했거나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3. 결과 발생: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합니다.
4. 인과관계: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즉,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환자의 사망을 예견하고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본 판례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아스피린 중단 시기, 수술 전 검사 미실시, 수혈 준비 미흡, 수술 후 모니터링 소홀 등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아스피린 중단 시기: 법원은 아스피린 중단 후 혈소판 응집능력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으므로, 중단 시기가 늦어진 것이 출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의학적으로 혈소판의 수명과 회복 기간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며, 실제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는 점을 중시한 것입니다.
• 수술 전 혈액 응고 기능 검사: 법원은 특정 검사가 모든 경우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기존 검사 결과와 추가적인 투약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즉, 일반적인 의료 기준에서 의사가 반드시 추가 검사를 시행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 혈소판 수치 관리 및 수혈 준비: 혈소판 수치가 50,000개 이상이면 수술에 큰 문제가 없으며, 100,000개 이상이 안전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수혈로 100,000개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병원 자체의 혈액 공급 체계와 수술 중 및 직후의 출혈량 등을 고려할 때, 사전에 혈액을 병실에 준비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수술 후 모니터링 및 대처: 법원은 수술 후 담당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출혈 확인 즉시 필요한 응급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으므로, 의사에게 모니터링 소홀이나 대처 지연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인과관계: 최종적으로, 환자의 사망이 의사의 과실보다는 루푸스라는 기저 질환과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혈관벽 약화라는 환자 본연의 특성에서 비롯된 지혈 곤란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 의사의 행위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는 의료 분쟁에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인지를 보여줍니다. 법원은 단순히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시점의 의학적 표준, 의사의 재량, 환자의 특성, 병원의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참고 사항

의료적인 문제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환자 측의 철저한 정보 제공 및 질문: 본인이 앓고 있는 모든 기저 질환, 복용 중인 약물, 알레르기 등 건강 관련 정보를 의료진에게 최대한 상세하고 정확하게 알려야 합니다. 또한 수술이나 치료 과정,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위험성, 그리고 다른 대안적인 치료법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해야 합니다.
2. 의료진의 주의 의무와 재량: 의사는 환자 상태에 따라 최선의 의료 행위를 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지만, 모든 의료 행위가 정해진 단 하나의 정답만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특이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지침 외에 추가적인 검사나 조치가 필요할 수 있지만, 이는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재량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의료적인 판단의 적절성 여부는 해당 시점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 병원의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됩니다.
3. 수술 전후의 철저한 준비 및 모니터링: 고위험 환자의 수술 전에는 혈액 응고 기능이나 다른 신체 기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중요하며,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도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병원 측에서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충분한 인력과 장비, 혈액 공급 체계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진료 기록의 중요성: 모든 진료 과정과 의학적 판단, 환자 상태 변화, 이에 따른 조치 내용 등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의료 분쟁 발생 시 의료진의 행위가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5. 의료 과실 입증의 어려움: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같은 의료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그 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의료 과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기저 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