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반대 시위로 구속된 학생의 긴급조치 위반 재심 무죄 판결

이 사건은 유신헌법 체제에서 긴급조치 위반 및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피고인 A가, 재심 청구를 통해 해당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임을 인정받고 다른 혐의들도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아 과거의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된 사례입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반대하는 학생 운동에 참여하여 기소된 사람
• 공동 피고인 및 공모자 B, C 등: 피고인 A와 함께 학생 시위를 계획하고 참여한 사람들
• 검사: 피고인 A를 기소하고 공소유지를 담당한 측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1970년대 유신헌법과 대통령 긴급조치에 강한 불만을 품고 B, C 등과 함께 반정부 학생 데모를 계획하고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D'이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유신체제를 전복하고 노동자, 농민을 위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는 목표를 세웠다고 공소되었습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과 공모자들은 전국 대학생 조직 결성, 대규모 시위 전개, 화염병 등 폭력적 수단 사용 모의, 정부 주요 기관 점거를 통한 정부 전복 계획 등을 세웠습니다. 또한, 유신헌법 폐지, 긴급조치 철회 등의 구호를 내걸었으며, 북한 방송을 청취하고 사회주의 사상에 감화되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피고인은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 위반,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처벌받았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심의 대상이 된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와 이에 대한 사법부의 심사 가능성입니다. 둘째, 피고인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여부, 특히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강압성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긴급조치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진술이 고문 등 가혹행위로 임의성이 없거나 신뢰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결론

재심 재판부는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가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무효의 조치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강압적인 수사 과정에서 허위로 자백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충분한 증거가 없음을 확인하여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의 인권을 회복시켰습니다. 이는 과거 국가 공권력에 의해 침해된 인권을 사법부가 바로잡은 중요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통령 긴급조치의 위헌성 및 사법심사 원칙: 법원은 재심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적용될 법령을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으로 판단합니다.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한 긴급조치권의 발동 요건(국가 중대 위기 상황)을 갖추지 못했으며,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청원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위헌·무효라고 판단되었습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에 대한 사법심사를 배제하는 규정을 두지 않으므로, 법원은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심사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인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며, 국회 동의 없이 발령된 긴급조치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 심사권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2.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사유)​: 재심 대상 법령이 위헌·무효인 경우, 해당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3.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 및 국가보안법 위반: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은 반국가단체 활동에 대한 찬양, 고무, 동조 행위를 처벌했으나, 그 광범위한 적용 가능성으로 인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하여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4. 형법 제87조 (내란죄) 및 제91조 (국헌문란의 정의)​: '국헌을 문란할 목적'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 제도 자체를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히 정권 교체를 기도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폭동'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협박하는 행위로서 어느 정도 조직화되어야 하며, 그 행위로 인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내란죄의 기수가 됩니다.
5. 증거능력의 판단: 수사기관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로 인해 임의성 없이 이루어진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들의 수사기관 진술이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 자백으로 판단되어 증거능력이 부정되거나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아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서 아래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거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처벌받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재심 제도를 통해 다시 재판을 청구하고 무죄를 다툴 수 있습니다. 둘째,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협박, 회유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얻어낸 진술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진술은 임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셋째, 과거 특정 법령이나 조치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심이 있을 경우, 사법기관을 통해 그 위헌성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령은 더욱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됩니다. 넷째, 사회의 변화와 함께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운동에 대한 법적·사회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