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성범죄 · 미성년 대상 성범죄 · 양육
피고인은 웹하드 비밀클럽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포함된 압축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소지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이 해당 파일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명확히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사는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밀클럽의 불법성, 운영자의 진술, 피고인의 다운로드 방식, 사회적 정황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피고인은 2020년 1월 22일, C이 운영하는 웹하드 사이트의 'E'라는 비밀클럽에 1만 원을 송금하고 접속 권한을 얻었습니다. 이 비밀클럽은 불법성이 짙은 음란물 자료 공유를 목적으로 주말에만 열렸으며, 피고인은 이 클럽에서 총 430회에 걸쳐 음란물을 다운로드했습니다. 2020년 2월 23일 22시 35분경, 피고인은 이 클럽 게시판에 업로드된 'F'라는 압축 파일을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아 소지했습니다. 이 파일에는 아동·청소년의 나체 등이 촬영된 사진 또는 영상 파일 544개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 파일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소지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며,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인식하고 선택적으로 다운로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이 다운로드한 파일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알고도' 소지했는지 여부, 즉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다양한 정황 증거를 통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벌금 300만 원에 처하며,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고, 위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에 있어 명확한 인식이 없었더라도, 불법성이 짙은 웹하드 비밀클럽에서 광범위하게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행위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어 처벌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피고인은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벌금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으며, 다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관련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 의무,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 등은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청법) 제11조 제5항 (음란물 소지죄): 이 조항은 '누구든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합니다. 피고인이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컴퓨터에 저장한 행위가 '소지'에 해당하며, 가장 중요한 쟁점은 피고인이 해당 파일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았는지' 여부였습니다.
형법상 고의 및 미필적 고의의 법리: 형사 사건에서 '고의'는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발생을 의도하거나, 적어도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의미합니다. 특히 '미필적 고의'는 범죄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릅쓰고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고의를 직접 증명하기 어려울 때는 행위의 형태, 상황 등 구체적인 정황 사실을 바탕으로 일반인의 경험칙에 비추어 행위자의 심리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06도8645, 2004도74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항소심은 피고인이 불법성이 짙은 웹하드 비밀클럽에 가입하여 광범위하게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았고, 클럽 운영자 C 역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배포할 목적으로 클럽을 운영했으며, 이 시기가 N번방 사건 등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높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70조 제1항 및 제69조 제2항 (노역장 유치):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벌금에 갈음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벌금 300만 원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일 10만 원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명령되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2항 (이수명령):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게 법원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가납명령): 법원이 벌금, 과료 또는 추징금을 선고할 때,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즉시 납부할 것을 명할 수 있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벌금에 대한 가납명령이 함께 내려졌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50조 제1항 및 제56조 제1항 (공개·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면제): 특정 성범죄자에 대해 신상정보 등록, 공개명령, 고지명령 및 취업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가 아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음란물 소지죄'에 해당하며,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는 공개명령, 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이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신상정보 등록 의무 부존재): 성범죄자에게 신상정보 등록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나,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의 범죄(음란물 소지)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피고인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아닙니다.
웹하드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법성이 의심되는 비밀 클럽이나 모임에 가입하고 활동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 불법 콘텐츠가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공간에서는 무작위 다운로드나 단순히 호기심으로 파일을 저장하는 행위 자체가 심각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한 파일의 내용물을 명확히 확인하지 않았거나, 해당 파일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예견하고 이를 용인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N번방 또는 H 사건 등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은 시기에는 법원의 판단 기준이 더욱 엄격해질 수 있으므로, 온라인 콘텐츠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