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뼈 수술 후 사지마비 환자, 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인정 판결

경부 통증과 양손 저림 증상으로 병원에서 경추 추간판 탈출증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사지마비의 영구장애를 입게 되자,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수술상 과실이나 경과관찰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수술 전 환자 본인에게 수술의 위험성과 후유증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동생에게만 동의를 받은 점을 들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중대한 장애 발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500만 원만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경부 통증과 양손 저림 증상으로 피고 병원에서 경추 추간판 탈출증 수술을 받은 환자로, 수술 후 사지마비 영구장애를 입게 되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 피고 학교법인 D: H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원고 A에게 경추 절제술 및 척추기기 고정술을 시행한 병원의 사용자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경부 통증과 양손 저림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거쳐 2018년 9월 10일 피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에게 경추 추간판 탈출증 및 경수병증 진단을 내리고 2018년 9월 12일 경추 절제술 및 척추기기 고정술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원고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근력이 저하되는 등 악화되어 최종적으로 사지마비 상태에 이르러 노동능력 상실률 37%의 영구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 경과관찰상 과실, 그리고 수술 전 발생 가능한 후유증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총 743,459,128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환자에게 발생한 사지마비 장애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 또는 경과관찰상 과실로 인한 것인지 여부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그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학교법인 D가 원고 A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8. 9. 14.부터 2021. 4. 30.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의료과실 및 대부분의 손해배상액)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1/20,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수술 및 경과관찰상의 과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이 수술 도중 신경을 손상시키거나 수술 이후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기 부족하며, 환자의 수술 전 상태와 수술의 특성상 발생 가능한 합병증의 범위 내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동의를 환자 본인이 아닌 동생에게 받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원고의 사지마비 장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 5,000,000원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와 의료과실: 의료진은 의료행위 시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를 다해야 합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하여 의료과실을 쉽게 추정하기 어렵습니다. 수술 후유증이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어도 발생 가능한 합병증 범위 내라면, 후유장해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등)
2. 설명의무의 내용과 상대방: 의사는 환자에게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전, 수술의 목적, 방법,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후유증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있습니다.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7다248919 판결 등)
3. 설명의무의 대상: 설명의무는 원칙적으로 해당 환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이행되어야 합니다. 환자가 성인으로서 판단능력이 있다면, 친족의 승낙만으로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13843 판결 등)
4.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중대한 결과(예: 장애) 발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라면,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만을 배상하는 것으로 책임 범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등)

참고 사항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1. 의료행위의 특수성 이해: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의료과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술 후 발생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타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과실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설명의무의 중요성: 환자가 침습적인 수술이나 시술을 받기 전에 의료진은 수술의 목적, 방법,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대해 환자 본인에게 구체적이고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환자가 성인이고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면, 가족의 동의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3. 동의서 확인: 수술이나 시술 전에 서명하는 동의서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누가 서명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중요한 설명은 환자 본인이 직접 듣고 이해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4. 설명의무 위반의 배상 범위: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더라도, 그 위반이 환자의 중대한 신체적 결과(예: 장애 발생)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되면, 모든 손해를 배상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로 배상액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