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임금 청구 기각 판결

이 사건은 피고 회사에 근무하다 퇴직한 원고들이, 회사가 법률에 따라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부당하게 임금을 삭감하여 연령 차별에 해당하며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된 임금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이 정년 연장에 따른 합리적인 조치였고 임금 삭감의 정도가 과도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이 정년 연장으로 더 많은 근로 기회를 얻게 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연령 차별에 해당하고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C, D, E: 1961년에서 1964년 사이에 출생하여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들
• 피고 F 주식회사: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분쟁 상황

2013년 5월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어 사업주의 근로자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해야 했던 피고 회사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사 및 재정 부담을 고려하여 같은 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이 임금피크제는 55세 이상 근로자들에게 정년 연장된 5년 동안 직전 임금의 90%, 80%, 70%, 70%, 60%를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원고들은 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임금이 부당하게 삭감되었다며 회사에 미지급 임금을 청구했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하여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회사가 정년 연장에 따라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1.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
2.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및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법률상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발생하는 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며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됩니다.
2. 원고들은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임금은 감액되었으나, 기존 정년인 55세 이후에도 60세까지 근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임금 총액'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임금 감액률은 5년간 합계 130%(연 평균 26%)로 과도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중식비, 차량유지비 등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3. 원고들의 부서 및 직책이 임금피크제 적용 후 변동되어 부서장 직책을 더 이상 맡지 않게 되는 등 업무 내용에 변화가 있었으므로, 임금만 삭감되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설령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에 대한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더라도,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한 중요한 보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은 근로 제공의 시기, 근로 환경,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 환경 변화 속에서 근로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의 근로를 단순히 '동일 가치 노동'으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원칙은 공공복리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칙을 위반했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률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구 고령자고용법) 제19조 및 제4조의4 제1항:

   • 이 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2013년 개정 이후 '정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었습니다. 피고 회사에도 2016년 1월 1일부터 이 규정이 적용되었습니다.
   •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연령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상 평등 원칙을 고용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강행 규정입니다.
   • 관련 법리: 대법원 판례(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에 따르면,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 법리는 정년이 유지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대한 것이지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참고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본 사건에서는 정년 연장에 따라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되었습니다.

2.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관련 법리: '동일 가치의 노동'이란 해당 사업장 내에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 평가 등을 통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을 의미합니다. 동일 가치 여부는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 조건은 물론 근로자의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본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제공한 근로는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 환경 변화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이 달라 '동일 가치 노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원칙은 헌법상 평등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제한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부당한 연령 차별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임금이 삭감되었다는 사실을 넘어,

1.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정년 연장과 같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2. 임금 삭감의 정도가 과도하여 불이익이 매우 컸는지,
3.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업무 부담 경감이나 근로시간 조정 등 필요한 조치가 없었는지,
4.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얻는 이익(예: 정년 연장을 통한 추가 근로 기회)이 임금 삭감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작거나 아예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정년 연장과 함께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한 중요한 보상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정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만 삭감하는 경우)와는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주장할 때에도 근로 제공의 시기와 환경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