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기타 형사사건
피고인 A는 공범 B과 공모하여 제강업체에 구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폭탄업체'를 운영하며 18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부가가치세 포탈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으나, 실물거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A와 공범 B은 제강업체에 구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기로 공모했습니다.
이들은 간판업체(G)와 폭탄업체(D)를 활용하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피고인 A 명의로 설립된 폭탄업체 D은 구리 수집상으로부터 세금계산서 없이 구리를 대량 매입한 후, 간판업체 G을 통해 제강업체에 구리를 공급했습니다.
간판업체 G은 제강업체와 정상적인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으나, 제강업체로부터 받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구리대금을 폭탄업체 D에 송금하면 D은 이 돈을 전부 인출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과세관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간판업체와 폭탄업체를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피고인 A는 구리 납품 과정을 관리하고 구리대금 및 부가가치세를 인출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총 1,801,823,217원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했습니다. 피고인은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2009년 해외로 도주했다가 자진 귀국하여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A가 공범 B과 부가가치세 포탈을 공모했는지 여부와, 피고인 A가 운영하는 D업체가 실물 거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2,000,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4,0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으며,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다만, 조세범처벌법위반(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혐의에 대해서는 D과 G 사이의 거래가 명목상 또는 형식상 거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부분의 판결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가 공범 B과 공모하여 18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D이 G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실물거래가 없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복잡한 거래 구조에서 중간단계의 업체(간판업체)가 실질적인 거래 당사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 인정된 결과입니다.
이 사건은 주로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과 구 조세범 처벌법이 적용되었습니다.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제1호, 제2항 (조세포탈) 이 조항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 포탈세액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A는 18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포탈하여 이 규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2.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입니다. 피고인 A가 공범 B과 부가가치세 포탈을 공모하여 함께 범행을 실행했으므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3.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금지) 이 조항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고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합니다. 흔히 '자료상'이라 불리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보는데, 이 사건에서는 D과 G 사이의 구리 거래가 비록 직접적인 물리적 이동이 없었더라도 G이 제강업체와의 거래에서 주문, 대금 지급, 세금계산서 수수 등 실질적인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아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거래의 목적물인 재화가 존재하고, 거래 당사자 사이에 재화에 관한 권리와 의무, 책임 등이 실질적으로 이전된 경우를 실물거래로 평가하는 법리를 따른 것입니다.
4.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제6호 (작량감경) 법원이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 및 경위,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유리한 정상들을 참작하여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주도자가 아닌 단순 가담자로 보인 점, 가담 기간이 길지 않은 점, 범죄 전력이 많지 않은 점, 스스로 귀국하여 수사를 받은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어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명의 대여나 단순 가담으로 생각하더라도 조세포탈과 같은 중대 범죄에 연루될 경우, 주도자가 아니더라도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범죄로 인한 이익 분배를 받거나 해외 도피 등 적극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 재화나 용역의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행위(자료상 행위)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거래 구조가 복잡하더라도 실제 재화의 이동이 있고 중간 업체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거래상 위험과 책임을 부담했다면,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으로 보지 않을 여지도 있습니다. 이는 세금계산서 발행 시 실질적인 거래 관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조세포탈은 국가의 조세 질서를 해치고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관련 사업에 종사할 경우 세법 준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부가가치세는 거래 단계마다 발생하므로, 복잡한 거래 구조에서는 세금계산서 발행과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법적인 탈세 행위에 가담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임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