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RF칩 개발 회사인 A 주식회사가 퇴사한 부장급 연구원 B를 상대로 경쟁사 취업 금지를 요구하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한 항고심 결정입니다. B는 회사로부터 특별 인센티브와 연수 기회를 제공받으며 2년간 경쟁업체로의 전직을 금지하는 약정서에 서명했습니다. B는 퇴사 직후 경쟁사인 C 유한회사에 재취업하였고, A는 B가 영업비밀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며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1심 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으나, 항고심 법원은 간접강제 신청 부분은 절차적 하자로 각하하면서도, 전직금지 신청 부분은 채권자 A의 손을 들어주어 B가 2024년 9월 15일까지 C 및 그 계열사에 근무하거나 노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채무자 B는 RF칩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연구원으로, 채권자 A 주식회사에서 부장급 직위로 핵심 RF칩 개발 과제의 리더를 담당했습니다. B는 재직 중 특별 인센티브(1,500만 원)와 K대학교 연수 기회를 제공받았고, 그 대가로 2년간 A의 주요 경쟁업체로 전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직금지 약정에 서명했습니다. 그는 이 과제를 통해 A의 RF칩 로드맵, 개발 일정, MCU 적용 기술, ATE 항목설정 및 판단, RF 아키텍처, 회로 설계 정보, 보정 정보, PPAC 관련 정보 등 중요한 기술 및 영업 정보를 깊이 있게 지득했습니다. 2022년 8월, B는 '육아 및 가사'를 이유로 퇴직 의사를 표명했고, 9월 15일 퇴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뒤인 9월 19일, B는 A의 경쟁사인 C 유한회사에 재취업하여 RF칩 관련 분야의 인접 영역인 무선 중계기 탑재 RF Front-End칩 연구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B가 전직금지 약정을 위반하고 영업비밀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B의 경쟁사 취업을 막기 위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이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 여부입니다. 채무자 B는 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B가 특별 인센티브와 연수를 대가로 약정에 서명했으며 그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으므로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채권자 A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영업비밀 또는 노하우)이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B가 RF칩 개발 관련 핵심 정보에 접근하고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하거나 보호 가치가 있는 정보라고 인정했습니다. 셋째, 전직금지 약정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약정의 기간(2년)과 대상 직종, 그리고 채권자가 B에게 제공한 상당한 보상(인센티브, 고액 급여, 연수 기회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채무자의 이직으로 인한 보전의 필요성(정보 유출 가능성 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B가 습득한 정보의 유출 시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경쟁사에서 인접한 RF칩 관련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항고심 법원은 채권자 A 주식회사의 항고 중 간접강제 신청 부분은 항고 이유서 미제출로 인해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제1심 결정 중 경업금지 신청 부분을 취소하고, 채무자 B에 대하여 2024년 9월 15일까지 C 유한회사 및 그 지배, 종속, 계열회사에 고용되거나 자문 또는 노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직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렸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20%는 채권자가, 80%는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B가 채권자 A 주식회사로부터 특별 인센티브를 받고 연수 과정에 참여하며 전직금지 약정에 서명한 점, B가 RF칩 개발 관련 핵심 영업비밀 또는 보호 가치 있는 정보를 취득한 점, 그리고 약정의 기간(2년) 및 대상이 합리적이며 채권자가 B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B가 퇴직 사유를 '육아 및 가사'라고 밝혔음에도 불과 4일 만에 경쟁사에 취업한 사실과 정보 유출 시 원상회복이 어렵고 사후적인 손해배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전직금지 가처분을 인용했습니다. 다만, 간접강제 신청 부분은 절차적 요건 미비를 이유로 각하했습니다.
이 판례는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회사의 영업비밀 보호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가 충돌할 때 적용되는 법리와 원칙을 보여줍니다. 주요 관련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영업비밀):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
민사집행법 제15조 및 제261조, 민사집행규칙 제203조:
회사가 중요한 기술이나 영업 정보를 다루는 핵심 인력과 전직금지 약정을 체결할 때에는 약정의 내용, 기간, 대상 범위,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금전적 인센티브, 연봉 인상, 교육 기회 등)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근로자가 충분히 숙지했음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퇴직 후 경쟁사로의 이직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전직금지 약정이 과도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간과 대상을 정해야 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전직금지 약정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약정 체결에 대한 대가 제공 여부와 그 수준을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또한, 퇴직 후 이직할 회사가 이전 직장의 경쟁사로 분류될 여지가 있는지, 맡게 될 업무가 이전 직장의 영업비밀과 관련성이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만약 전직금지 약정으로 인해 직업 선택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된다고 생각한다면, 약정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예: 합당한 대가 미지급, 과도한 제한 등)를 준비해야 합니다. 핵심 정보에 접근했던 경력이나 직위가 있다면, 이직 시 이전 직장의 정보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증명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