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A 병원이 의사 B를 채용 내정하였으나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채용을 취소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하였고, 법원은 채용 내정 단계에서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보았으며 서면 통지 없이 이루어진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A 병원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020년 1월 1일 A 병원이 사업장을 인수하여 영업을 시작하고 피부과 봉직의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습니다. 공고에는 근무 유형, 장소, 전문과, 급여, 복리후생, 근무 시간 및 조건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H의원에서 근무하던 의사 B는 2020년 1월 6일 이력서를 제출했고, 1월 7일 A 병원의 피부과 총괄 부서장 F과 면접을 보며 근로조건을 협의했습니다. 이후 F은 2020년 1월 10일 의사 B에게 '2020년 3월 5일'이라는 확정적인 근무개시일을 통보하여 채용 내정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습니다. 1월 14일 A 병원의 대표원장과 의사 B가 면담을 진행했고, 당시 근무시간에 대해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채용 내정 사실에 변동이 있다고 표시한 바는 없었습니다. 의사 B는 근무시간 조정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이후 2020년 1월 말경 기존 직장인 H의원을 사직했습니다. 2월 1일경 A 병원에 윤곽흡입술 관련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병원 측에서는 의사 B에게 수술 참여를 제안하거나 근무복 치수 등을 문의했으며, 4월 출근을 통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으로 A 병원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2020년 3월 25일 A 병원 측 직원 G 실장이 의사 B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근무할 수 없게 되었음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의사 B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여 재심에서 부당해고임을 인정받았고, A 병원은 이에 불복하여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A 병원과 의사 B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 즉 '채용 내정'이 근로계약 성립으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둘째, 만약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면 A 병원의 채용 취소가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었는지 또는 근로기준법상 '서면 통지' 의무를 지켰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 A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부당해고 인정)이 적법하다고 보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A 병원 대표와 의사 B 사이에 늦어도 2020년 1월 말경까지는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채용 내정 취소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병원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부당해고로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근로계약의 성립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및 관련 법리):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며, 특별한 형식 없이 구두로도 성립할 수 있는 '낙성·불요식 계약'입니다. 본 판례에서는 병원의 채용 모집 공고를 '청약의 유인'으로, 의사의 이력서 제출을 '근로계약 청약'으로, 그리고 병원 측의 구체적인 근무개시일 통보 등 채용 내정 의사 표시를 '승낙'에 해당한다고 보아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해고의 서면 통지 의무 (근로기준법 제27조):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만 효력이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해고를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그 내용이 명확하여 사후 분쟁을 예방하며, 근로자가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카카오톡 메시지에 의한 해고 통지는 서면 통지로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았으며, 해고일 이후 이루어진 서면 통지는 이미 발생한 절차상 하자를 치유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셋째, 정리해고의 요건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마련, 근로자 대표와의 사전 협의 등 매우 엄격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해고의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여 이 정리해고 요건 충족 여부는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채용 내정 단계에서도 근로계약이 성립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단순히 면접이나 조건 협의를 넘어서 채용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표시(예: 구체적인 근무 시작일 통보, 필요한 정보 요청 등)가 있었다면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 성립 여부는 당사자들의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행동, 상호 기대 등 객관적인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채용 내정 취소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 절차와 요건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서면통지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의 전자적 통신 수단은 원칙적으로 서면 통지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명시된 엄격한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 등)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통해 다툴 수 있으며,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