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노동조합 조직 형태 변경 개입 및 부당 징계 판결

이 사건은 M 주식회사가 경비 업무 외주화에 반대하여 쟁의행위를 한 노동조합 P지회 조합원 12명(원고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고, 노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P지회의 조직 형태를 산업별 노동조합 지회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변경하는 과정에 개입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P지회의 조직 형태 변경 결의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으나, 회사가 조직 형태 변경 과정에 노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적극적으로 지배·개입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원고들에 대한 정직 처분은 징계권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제1심 판결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모두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부터 L까지 12명의 근로자): M 주식회사 소속 P지회 조합원으로 회사의 정직 처분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제를 신청한 당사자들입니다.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대해 재심판정을 내린 행정기관의 대표입니다.
• M 주식회사: 원고들을 징계하고 P지회의 조직 형태 변경 과정에 개입한 사용자입니다.
• P지회: M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산업별 노동조합 O노조의 지회입니다.
• Q: P지회의 일부 조합원들을 규합하여 'R단체'를 결성하고, P지회의 조직 형태를 기업별 노동조합인 M노동조합으로 변경하는 과정을 주도하여 위원장으로 선출된 인물입니다.
• S: P지회의 지회장으로, Q 등의 조직 형태 변경 시도에 반대하고 기존 P지회를 대표하던 인물입니다.
• AE 노무법인: M 주식회사에 노무관리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 법인으로, P지회를 무력화하고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관여했습니다.
• Y: M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입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M 주식회사가 2010년 2월 4일 경비 업무를 외주화하려 하자, M 주식회사 소속 P지회(산업별 노동조합 O노조의 지회)가 이에 반발하여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 거부, 태업 등의 쟁의행위를 시작하면서 발생했습니다. 회사는 이에 맞서 2010년 2월 16일 전면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했습니다. 직장폐쇄가 장기화되자, P지회 조합원들은 공장에 무단 진입하거나 회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물 파손, 차량 통행 방해, 회사 명예 훼손(생산품 불량 유인물 배포) 등 다양한 형태로 저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P지회의 일부 조합원들은 'R단체'를 결성하고, 기존 P지회의 조직 형태를 산업별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인 M노동조합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회사는 직장폐쇄 중에도 노무법인 AE의 자문을 받아 P지회 조합원들의 개별 복귀를 유도하고, P지회에 반대하는 세력을 지원하며 조직 형태 변경을 지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Q 등을 M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선출한 임시총회를 통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회사는 P지회 조합원들인 원고들이 직장폐쇄 기간 중 불법 쟁의행위 및 시위를 계속했다는 이유로 2010년 7월 29일과 11월 10일, 그리고 이 사건의 2011년 1월 28일 및 2월 1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징계 처분이 징계위원회 구성의 하자와 절차적 위법성, 징계사유의 부존재 또는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P지회의 조직 형태 변경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기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 한 것이 노동조합법상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재심판정 취소를 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M 주식회사가 P지회 조합원들에게 내린 정직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이는 징계위원회 구성의 절차적 하자,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징계 양정(수준)의 적정성 문제를 포함합니다. 둘째, M 주식회사의 행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불이익 취급) 또는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하는 행위(지배·개입)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셋째, P지회가 산업별 노동조합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 형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임시총회 결의가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습니다.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직 형태 변경 결의의 유효성: P지회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라 할지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독립된 근로자단체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조직 형태 변경 결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Q이 소집권자로 지명되어 개최된 제2차 임시총회에서의 조직 형태 변경 결의는 소집 및 공고 절차에 다소 하자가 있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충분한 인식 하에 이루어졌으므로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징계위원회 구성의 적법성: 유효하게 선출된 M노동조합 위원장 Q으로부터 추천받은 근로자 측 징계위원들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구성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징계사유의 존재: 원고들의 피켓 선전전 및 집회 참여, 대표이사 탑승 차량 통행 방해 행위 등은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실추시키거나 업무 운영을 저해한 행위로 보아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C의 직원 출근 방해 및 욕설 행위는 증거 부족으로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징계 양정의 위법성 (재량권 남용)​: M 주식회사가 노무법인 AE의 자문을 받아 기존 P지회를 무력화하고 친회사적인 M노동조합의 조직 형태 변경을 지원하는 등 부당하게 지배·개입했으며, 이러한 부당노동행위가 원고들의 징계사유 발생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일반 조합원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고, 징계 처분이 단기간에 3차례나 반복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들에 대한 정직 처분은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5. 부당노동행위 중 '불이익 취급' 여부: 원고들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일부 행위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6. 부당노동행위 중 '지배·개입' 여부: M 주식회사가 노무법인 AE의 자문을 받아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조합원 탈퇴를 유도하며 새로운 기업별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한 것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하는 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이는 노무법인과의 성공보수 약정, 조직 형태 변경 관련 문건의 일치, 조합원들의 선택적 복귀 유도, 특정 조합원들에 대한 불균등한 징계, 불필요한 업무 지시 등의 사정을 근거로 했습니다. 특히 M 주식회사와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되고 노무법인 관계자들이 노무사 등록이 취소된 사실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결론

이번 판결은 기업이 노동조합의 조직 형태 변경을 비롯한 운영에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로 엄격하게 금지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설령 근로자들에게 징계사유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회사의 부당한 지배·개입이라는 배경에서 이루어진 징계 처분은 징계권 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노무법인의 자문 형태가 기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친회사적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활용될 경우, 이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기업의 노무 관리에 신중을 기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호하고 기업의 공정한 노사 관계 형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

   • 제1호 (불이익 취급)​: 사용자가 근로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일부 행위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아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더라도, 근로자의 행위 자체가 정당한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다면 이를 직접적인 불이익 취급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법리를 따랐습니다.
   • 제4호 (지배·개입)​: 사용자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M 주식회사가 노무법인 AE의 자문을 받아 기존 P지회를 무력화하고, 친회사적인 기업별 노동조합인 M노동조합의 조직 형태 변경을 유도하며, 직장폐쇄를 통해 조합원들의 복귀를 조절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법원은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 (노동조합 조직 형태 변경)​:

   • 노동조합의 조직 형태 변경은 재적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이 법리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라 하더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거나 노동조합 유사의 독립한 근로자단체로서의 실질을 가진 경우에는 조직 형태 변경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 2. 19. 선고 2012다96120)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P지회는 이러한 독립적인 실질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어 조직 형태 변경 결의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징계권 재량권의 한계 및 남용 여부:

   •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징계권자가 내린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징계 양정의 적정성은 징계 사유의 내용과 성질, 징계 목적, 양정 기준, 기타 부당노동행위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의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가 징계 사유 발생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고, 원고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그리고 반복된 징계의 정당성 부족 등을 종합하여 정직 처분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4. 징계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징계 절차를 규정한 것은 징계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것으로서, 노사 동수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경우 근로자 측 징계위원은 근로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위촉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9901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유효하게 선출된 M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부터 추천받은 근로자 측 징계위원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노동조합) 측:

•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 회사의 부당한 조치에 저항하는 과정이라 할지라도, 폭력 행사, 기물 손괴, 명백한 업무 방해, 회사 명예 훼손 등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외에 절차와 수단의 정당성을 갖춰야 합니다.
• 조직 형태 변경의 요건: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라 하더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능력과 같은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면, 노동조합법 제16조에 따라 적법한 절차(재적 조합원 과반수 출석, 출석 조합원 2/3 이상의 찬성)를 거쳐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 형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 사용자의 개입이 없어야 합니다.
• 부당노동행위의 증거 확보: 회사가 노조 운영에 개입하거나, 특정 노조를 지원하고 다른 노조를 탄압하는 정황(예: 노무법인 자문 내용, 내부 회의 자료, 특정 조합원에 대한 차별 대우, 복귀 조건 등)이 있다면 이를 기록하고 증거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증거는 징계의 부당성을 입증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징계 처분 대응: 징계 사유가 불분명하거나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구제 신청(노동위원회)을 통해 불법성을 다투어야 합니다.

사용자(회사) 측:

• 노동조합 자주성 존중: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 쟁의행위 등 모든 활동에 대해 사용자는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특정 노동조합의 설립이나 활동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 따른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노무 자문의 한계: 노무법인 등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은 가능하나, 그 자문 내용이 기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거나 새로운 노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면, 회사는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자문 과정에서 생산된 문서들이 향후 부당노동행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 징계권 행사의 신중함: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는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따라야 하며, 징계 수위 또한 비위의 내용, 정도, 근로자의 책임, 그리고 회사의 과거 부당노동행위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통념상 타당해야 합니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징계 사유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징계의 정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 불균등한 대우 금지: 쟁의행위나 조직 형태 변경 과정에서 특정 조합원들에게만 차별적인 징계를 가하거나 불필요한 업무를 부여하는 등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