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현대오일뱅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질유(휘발유, 등유, 경유) 가격 담합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하여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정유사들이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지침가격을 기준으로 할인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격 담합을 했음을 인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국내 석유정제업 시장은 장치산업 특성 및 법적 진입 규제로 인해 4개 정유사(현대오일뱅크, SK, GS칼텍스, S-Oil)의 과점 형태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석유제품은 대체재가 적고 수요 탄력성이 낮은 필수재입니다. 1997년 가격 완전 자유화 이후 정유사들은 자율적으로 공급가격을 결정해왔으나 공장도가격과 실제 실거래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4년 4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상호 의사 연락을 통해 휘발유, 등유, 경유의 판매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할인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합의 및 실행하여 가격을 인상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현대오일뱅크에 시정명령과 93억 1천 1백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고 현대오일뱅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유 4사가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경질유(휘발유, 등유, 경유) 판매 가격 담합을 합의하고 실행했는지 여부, 위 행위가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경쟁제한성)에 해당하는지 여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
법원은 원고 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오일뱅크에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공동행위 인정: 법원은 S-Oil 내부 문건, SK 내부 문건, 공익모임 운영 정황 등을 종합하여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사들이 2004년 4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경질유 지침가격을 기준으로 할인폭을 축소하는 내용의 가격 합의를 했음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SK가 S-Oil의 '비협조'에 불만을 표명하고 경쟁사 가격 전략을 분석한 문건, '공익모임'을 통한 시장안정화 도모 등의 증거들이 담합의 존재를 뒷받침한다고 보았습니다. S-Oil이 담합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이는 나머지 사업자들의 담합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 인정: 정유사들의 가격 합의는 그 자체로 가격 경쟁을 감소시키고 가격 인상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행위이므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며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징금 처분의 적법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위반 기간(2004. 4. 1. ~ 2004. 6. 10.)이 타당하고 담합 대상이 특정 유종이 아닌 전체 경질유 제품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과징금 산정 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면서도 가장 낮은 부과기준율인 3.5%를 적용했고 S-Oil과 달리 현대오일뱅크의 가격 이탈이 문제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징금 산정에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제1호: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등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합의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정유사들이 경질유 지침가격을 기준으로 할인폭을 축소하는 행위를 합의한 것을 이 조항이 금지하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합의가 있었다면 실제로 그 행위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동행위가 성립하며 입증은 간접증거로도 가능합니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요건: 법원은 공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가격 결정·유지·변경 행위에 대한 합의, ② 경쟁제한성, ③ 부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경쟁제한성: 해당 공동행위로 인해 가격, 수량, 품질 등 거래 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가격 합의가 가격 경쟁을 감소시키는 것이 명백하므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었습니다. 부당성: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는 공동행위가 위법한지에 대한 규범적 판단입니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경쟁 감소와 가격 인상 가능성 증대 외에 정당화할 사정이 없어 부당성이 인정되었습니다. 과징금 납부명령의 재량권: 과징금 납부명령은 재량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고시는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과징금 처분의 적법성은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며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는 사실 오인,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산정이 위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과점 시장에서는 사업자 간의 상호 의존적 행태가 나타나기 쉽지만 이러한 행태가 가격 담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확한 합의나 의사연락 증거 관리에 유의해야 합니다.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익 모임'이나 '시장 안정화' 논의 등은 경쟁법 위반의 중요한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회의나 정보 교환 시에는 경쟁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내부 문서, 업무 수첩, 이메일, 회의록 등은 담합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회사 내부 자료 작성 및 보관에 있어서 경쟁법 준수 여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담합의 실행 여부를 판단할 때 실제 판매가격의 완전한 일치 여부뿐만 아니라 가격 할인폭 축소와 같은 간접적인 합의 이행 정황도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는 재량 행위이나 위반 행위의 중대성, 시장에 미치는 영향, 관련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므로 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유와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