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 기타 가사
남편이 20년 가까이 가출하여 부정행위를 하고 자녀 양육 및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다가 아내에게 이혼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남편이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이며 아내가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들어 남편의 이혼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와 피고 C는 1988년 결혼하여 성년 자녀 2명을 두었습니다. 원고 A는 2003년경 가출하여 피고 C는 2004년 가출 신고를 했습니다. 원고 A는 생활비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피고 C는 2007년 부양료 심판청구를 통해 월 100만 원의 부양료 지급 명령을 받았으나, 원고는 이를 미지급했습니다. 원고 A는 가출 후 E과 부정행위를 하였고, 피고 C는 간통죄 고소 및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0년 소를 취하했습니다. 원고 A는 2008년 잠시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가출하여 현재까지 약 20년간 별거 중이며, 피고 C는 이 기간 동안 자녀들을 홀로 양육했습니다. 원고 A는 2024년 피고 C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A의 이혼 및 재산분할 등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가 주장하는 이혼 사유(피고의 무시, 원가족 왕래 거부 등)가 인정되지 않으며, 설령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된 책임은 가출, 부정행위, 부양료 미지급 등으로 배우자와 자녀를 유기한 원고 A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40조 제3호(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와 제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제3호 사유, 즉 피고로부터 혼인관계 지속이 가혹할 정도의 폭행,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제6호 사유에 대해서는 원고가 내세운 사유나 증거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법리는 '유책주의'입니다. 우리 법원은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는 그 혼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원고 A가 부정행위와 가출로 부부관계의 신뢰를 저버리고 배우자와 자녀를 유기하여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C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혼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 판결은 유책주의 원칙을 따릅니다. 혼인관계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만약 본인이 이혼을 원하는 유책배우자라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계속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으로 이혼에 반대하는 경우, 또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이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장기간의 별거나 경제적 지원 미비 등의 사유가 혼인 파탄의 증거가 될 수 있으나, 이 사유만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누가 혼인 파탄의 책임이 더 큰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배우자가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확고하고 혼인관계 유지를 원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