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산교통공사 소속 기관사였던 망인 B이 약 17년간의 지하철 운전 업무 중 발생한 신호 오취급 사고와 누적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강박장애가 심화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악화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하고 공단의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망인 B은 1994년 부산교통공사에 입사하여 1998년부터 사망 시까지 약 17년 4개월간 지하철 2호선 기관사로 근무했습니다. 그는 13일 주기 교번근무제, 1인 승무제, 긴 지하 운행 구간 등 열악하고 고강도의 근무 환경에서 일했습니다. 2016년 1월 24일 운전 중 신호 오취급 사고를 겪은 후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1월 28일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병가 중이었음에도 2016년 상반기에 예정된 직무적성검사에 대한 불안감과 회사 복귀에 대한 압박을 느꼈고 결국 2016년 4월 7일 자살을 시도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4월 13일 사망했습니다.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공단은 망인의 개인적인 가정사(장인 사망, 모친 병환, 경제적 어려움)나 성격적 취약성이 자살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반면 원고는 망인이 과거 정신질환이 없었으며, 업무 환경과 사고 및 직무적성검사에 대한 압박감이 정신질환을 유발 악화시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공단의 처분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장기간의 지하철 기관사 업무 환경(1인 승무제, 불규칙 교번제, 지하 운행), 특정 업무상 사건(신호 오취급 사고), 그리고 직무적성검사 등의 스트레스가 망인의 정신질환(우울증, 강박장애)을 발병시키거나 악화시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하여 자살에 이르게 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17년 5월 17일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기관사 업무의 상당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강박장애와 우울증을 발병시키거나 크게 악화시켰고 이로 인해 인지능력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 등이 현저히 저하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이 조항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 질병 또는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안의 핵심은 망인의 자살이 '업무상의 사유'에 기인한 것인지, 즉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장기간의 지하철 기관사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불규칙 교대근무, 1인 승무제, 지하 운행 등), 2016년 1월 24일 신호 오취급 사고의 충격, 직무적성검사에 대한 부담감 등 업무적 요인이 망인에게 강박장애와 우울증을 발병시키거나 크게 악화시켰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요구하는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충족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업무상 재해에서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기준 (대법원 판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사망한 경우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합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망인 B이 평소 모범적인 근로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사 업무의 특수성과 높은 스트레스 징계율 등 객관적인 업무 환경과 신호 오취급 사고 직후 정신과 치료를 시작한 점 진단 이후에도 업무에 대한 불안감과 복귀 직무적성검사에 대한 압박감을 지속적으로 느꼈다는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비록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나 업무적 스트레스 요인이 그의 우울증을 심화시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보아 대법원의 판례 취지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였습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요구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 직무 스트레스는 우울증 불면증 강박장애 등 정신질환 발병 및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근로자 본인은 정신 건강 문제를 인지했을 때 적극적으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받고 필요한 경우 병가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업무상 불이익을 우려하여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숨기지 않고 의료 기록에 명확히 남기는 것이 추후 업무상 재해 입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나 동료들은 근로자의 정신적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해두며 고위험 직업군의 근로자를 위한 정기적인 심리 검사 및 정신 건강 프로그램 전환 배치 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운영하여 근로자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업무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합니다. 개인적 취약성이 자살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정신질환 발병 악화에 크게 기여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